오피니언(사설,칼럼)

사르코지의 국가경영관 배워라

설경. 2007. 9. 2. 00:42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기업인들에게 한 말은 한국 정치지도자들이 새겨 들을 만한 것이다. 사르코지는 "국가는 기업이 아니지만 기업처럼 경제를 생각하면서 효율적으로 경영해야 하며 주주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파의 이해만 생각하다 경제가 잘못돼도 나몰라라 하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들으라고 한 말 같다.

사르코지는 선거 때 공약한 대로 세금부담을 줄여 소비자 구매력을 높여주고 법정근로시간인 주당 35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부문의 비대한 몸집을 줄이는 개혁도 밀고 나갈 계획이다. 경제체질을 보다 효율적이고 역동적으로 바꾸어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는 개혁의 청사진을 실천하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그렇듯이 국가의 경제개혁도 그 대상자들에게는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써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개혁 당위성을 설득해 유권자의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으로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경쟁력을 생각하기보다는 우선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치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사르코지는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뚜렷한 원칙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는 대단히 실용적이고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 선거에 패배한 좌파는 법과 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노동시장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사르코지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식의 강경한 개혁을 밀고 나가다 인기를 잃게 되기를 은근히 바란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신중하고 유연한 자세로 개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우파인 그가 외무장관을 비롯한 요직에 좌파 인사들을 기용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사회주의자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을 보낸 것도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석학 자크 아탈리가 이끄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구하는 자세도 좋아 보인다.

물론 그의 모든 철학과 정책이 바람직하다거나 성공하리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지도자들은 그의 국가 경영관과 개혁을 실천하는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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