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화난 아줌마’에 화 돋운 조중동/82쿡닷컴, 회원 폭증

설경. 2008. 6. 18. 09:13
[한겨레] 82쿡닷컴, 조선일보 경고공문에 회원 폭증

온오프 적극참여…"생활서 문제의식 진화"

"(조선일보가) 아줌마랑 싸우자고 선전포고하네. 오죽 못났으면 힘 없는 아줌마한테 그럴까? 그렇다고 무서워할 줄 아냐. 잘 걸렸다. 어디 붙어보자."(아이디 '조선폐간') "(경고 공문) 기사 보고 (화가 나서) 가입했다."(아이디 '조중동은 쓰레기')

 
조선일보사가 최근 촛불시위 과정에서 타오른 누리꾼들의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 압박운동'을 잠재우려고 주부대상 사이트 '82쿡닷컴'(82cook.com)에 경고 공문을 보냈다가 오히려 불을 질러버렸다.

2002년 개설된 회원 11만여명의 요리전문 사이트인 82쿡닷컴 회원들은 조선의 경고성 공문이 온 뒤 자유게시판을 조선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하고 있다. 또 이 사이트 쪽은 16일 조선의 경고 공문에 대응해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17일 이를 회원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회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 사이트는 조선의 경고 공문이 알려진 지난 14일부터 사흘 동안에만 회원이 5천명 이상 늘었다. 16일엔 평소보다 방문자 수가 네 배나 폭주했다.

82쿡닷컴 회원들은 촛불정국에서 나라사랑모임(나사모)을 만들어 촛불집회에 적극 참가하는 것은 물론, 조중동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 사이트 회원들은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한 광고주 리스트를 자유게시판에 올려놓고 항의전화를 하는 새로운 언론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김혜경 대표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어 보이던 회원들이 대선과 총선, 그리고 쇠고기 수입 문제를 접하면서 사회의식이 폭발했다"며 "조중동 반대운동 등 정보를 취합해 게시판에 올리는 것을 보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전문사이트 마이클럽(miclub.com)도 회원들이 성금을 모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사이트 회원들은 촛불집회 현장에서 라면과 생수 등을 지원하고 있고, 지난 13일 효순·미선양 6주기 추모집회 때는 옷과 수건 3천장을 제작해 중고생들에게 나눠줬다. 또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회원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 한겨레 > 와 < 경향신문 > 에는 격려광고를 내고 있다. 이들은 16일에는 한겨레신문사 등에 '언론자유를 위해 힘써달라'는 등의 격려문을 적은 빵과 떡, 과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이 밖에 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모임인 다음 카페 '유모차 부대 엄마들'과, 패션전문사이트 '소울드레서' 등의 여성 전문 사이트도 촛불정국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구매력이 큰 30, 40대 주부가 회원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이들은 실생활에서 나온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의 영향력이 어느 계층보다 위력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주부들이 쇠고기라는 먹을거리 문제를 접하면서 생활 속에서 문제의식을 가졌고, 촛불집회에 직접 참여하거나 인터넷 생중계를 보면서 조중동 반대운동에 나서는 등 의식의 진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쉽게 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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