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극에 열광하지만 한 편으로 허전한 이유는?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오자 무협영화, 협객 드라마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요. KBS는 20부작 무협사극 '최강칠우'로 안방극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여기에다 차에 부딪혀도, 망치가 머리위로 떨어져도, 소주를 사발 채 마셔도 이상 없는 사고뭉치 여대생 이야기인 '무림여대생'도 개봉됐지요.
얼마 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인 '쿵푸 팬더'가 개봉되자 국내 인디 애니메이션인 '셀마의 단백질 커피'도 개봉될 예정입니다. 3편의 옴니버스 영화로 이뤄진 '셀마의…'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오직 무술만 생각했던 검객이 찔러도 죽지 않는 강철 커피자판기로 환생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는, 이런 무협극화가 여름철 인기를 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쿵푸로 훌훌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어떤 험난한 고난도 이겨내는 영웅담에 굶주려 있기 때문일까요. 사실, 눈감고 코 베어가는 시대에 권선징악 같은 명료한 주제에 환호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무협영화 속 시련은 그저 픽션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무협극화는 현실에 대한 심한 무기력증을 선사할 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무협영화 속 주인공의 쿵푸와 요술은 '일상의 진실'과 현실감각이 완벽하게 거세됐기 때문이죠. 일상의 바깥에서 혹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무협영화는 꿈꿀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협영화에 열광하는 이들은 일종의 환각제를 복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들에게는 현실의 일상성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그 환각제의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유하 著,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 참조)
요즘 무협극은 과거 이소룡의 '정무문' '용쟁호투' '맹룡과강'과는 좀 차원이 다릅니다. 과거 이소룡이 고양이 울음처럼 질러대던 기합소리는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의 무협에는 그의 내면세계가 존재했고 나름의 비장미가 있었지요.
하지만 성룡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바뀝니다. 물론 주인공의 심리가 사라졌다고 할 수 없지만 대세는 판타지에다 코믹이 가미된 버라이어티 무술입니다. 이소룡의 '절권도 철학' 같은 주먹세계의 이데올로기는 온데 간데 없습니다. 무술 자체가 갖는 게임적, 놀이적 성격만을 극대화시켜 놓는 셈이지요.
무협영화를 보며 열광하지만 극장 문을 나서며 왠지 허전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이소룡의 러닝셔츠 차림으로 폼을 잡아보지만 아둔한 몸집 때문에 허탈해지고 맙니다. 하지만 왜소한 '나'와 현실을 잊기 위해 다시 무협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습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오자 무협영화, 협객 드라마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요. KBS는 20부작 무협사극 '최강칠우'로 안방극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여기에다 차에 부딪혀도, 망치가 머리위로 떨어져도, 소주를 사발 채 마셔도 이상 없는 사고뭉치 여대생 이야기인 '무림여대생'도 개봉됐지요.
얼마 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인 '쿵푸 팬더'가 개봉되자 국내 인디 애니메이션인 '셀마의 단백질 커피'도 개봉될 예정입니다. 3편의 옴니버스 영화로 이뤄진 '셀마의…'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오직 무술만 생각했던 검객이 찔러도 죽지 않는 강철 커피자판기로 환생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요.
맨손으로 북경오리를 때려잡는, 이런 무협극화가 여름철 인기를 얻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쿵푸로 훌훌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어떤 험난한 고난도 이겨내는 영웅담에 굶주려 있기 때문일까요. 사실, 눈감고 코 베어가는 시대에 권선징악 같은 명료한 주제에 환호하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무협영화 속 시련은 그저 픽션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무협극화는 현실에 대한 심한 무기력증을 선사할 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무협영화 속 주인공의 쿵푸와 요술은 '일상의 진실'과 현실감각이 완벽하게 거세됐기 때문이죠. 일상의 바깥에서 혹은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무협영화는 꿈꿀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협영화에 열광하는 이들은 일종의 환각제를 복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들에게는 현실의 일상성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그 환각제의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유하 著,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 참조)
요즘 무협극은 과거 이소룡의 '정무문' '용쟁호투' '맹룡과강'과는 좀 차원이 다릅니다. 과거 이소룡이 고양이 울음처럼 질러대던 기합소리는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의 무협에는 그의 내면세계가 존재했고 나름의 비장미가 있었지요.
하지만 성룡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바뀝니다. 물론 주인공의 심리가 사라졌다고 할 수 없지만 대세는 판타지에다 코믹이 가미된 버라이어티 무술입니다. 이소룡의 '절권도 철학' 같은 주먹세계의 이데올로기는 온데 간데 없습니다. 무술 자체가 갖는 게임적, 놀이적 성격만을 극대화시켜 놓는 셈이지요.
무협영화를 보며 열광하지만 극장 문을 나서며 왠지 허전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이소룡의 러닝셔츠 차림으로 폼을 잡아보지만 아둔한 몸집 때문에 허탈해지고 맙니다. 하지만 왜소한 '나'와 현실을 잊기 위해 다시 무협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습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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