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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내신 실질반영률 이 정도면 됐다

설경. 2007. 9. 4. 15:57
(서울=연합뉴스) 전국 199개 4년제 대학 중 177곳(88.9%)이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내신 실질반영률을 30%(서울대는 50%) 이상으로 확정했다. 10개 대학 중 9곳이 교육부가 권고한 `30% 이상 지침'을 지킨 것이다. 일부 주요 사립대가 20∼30% 미만을 반영해 다소 아쉽지만, 절대 다수의 대학이 실질반영률을 높인 것은 고무적이다. 대학들이 앞으로 3∼4년 안에 실질반영률을 50% 선까지 높일 것임을 예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7월4일 내신 반영률을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상호 노력하기로 합의했었다.

작년에는 평균 5∼10%에 그쳤던 실질반영률이 대폭 오름으로써 내신 성적이 대입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모의시험(시뮬레이션) 결과 내신 실질반영률을 지난해의 4%에서 17.96%로 올린 고려대는 기존 예상 합격자의 15∼20% 정도가 바뀌고, 1.4%에서 29.75%로 상향 조정한 숙명여대는 작년 정시 합격자 4명 중 1명꼴로 당락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숙대의 경우 새 입시안을 적용할 경우 탈락하게 되는 학생 중 42%가 특목고와 서울 강남권 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는 실질반영률을 20% 정도 올리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음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실질반영률 30% 미만의 대학에 대해 또 다시 제재를 운운할 필요는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대학이 내신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구체적인 선발 방법은 대학에 맡겨보자. 자율적으로 해본 뒤 제재를 말해도 늦지 않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도 실질반영률을 애초보다 높여 17~23% 수준으로 정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정부 지침을 따른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과의 형평성이 문제된다면, 단순히 반영률만을 잣대로 삼지 말고 실제 전형 결과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신중히 제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수능시험을 불과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제재 문제로 `내신 갈등'이 다시 야기돼 수험생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학들은 내신 반영률을 올리면서도 상위 등급 간 점수 차이를 작게(서울대는 1∼2 등급을 동점 처리하고, 연세대는 1∼4 등급 점수 차가 0.5점)함으로써 내신 영향력을 떨어뜨렸다. `내신 무력화'의 또 다른 시도로 지적받을 수 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본다. 내신 변별력을 믿지 못하는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부의 지침 망(網)을 빠져 나가려는 것은 당연하다. 막으면 막을수록 더 교묘해질 뿐이다. 좀 더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할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고자 내신 중심의 대입제도를 도입했다면 내신으로 우수 학생을 뽑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학에서 원하는 내신과 수능의 원점수를 제공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성적을 등급으로만 표시한다고 점수 경쟁과 사교육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학도 전문가가 학생의 성적과 개인환경, 잠재력, 소질 등을 종합 판단해 학생을 뽑는 입학사정관제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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