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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우울증은 주요우울증, 기분부전증, 우울 성격장애, 조울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연령, 성별, 시기에 따라 증세도 차이가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에 걸렸을 때 원인을 단정 짓지 말고, 다각도로 면밀히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환자 80% 치료 가능… 가벼운 독서, 좋아하는 이와 담소 나누면 좋아
○ 중년남성은 은퇴기, 중년여성은 폐경기에 우울증
‘가을을 탄다’는 말이 있다. ‘가을철 우울증’은 가을에 시작해서 겨울 내내 우울증세를 보이다가 봄이나 여름이 되면 호전된다. 가을부터 시작되는 일조량 감소와 기온 저하가 원인이다. 환경 변화는 뇌에서 화학물질이나 호르몬의 변화를 가져온다. 다른 우울장애와는 달리 식욕이 커져서 체중이 증가하고 불면증보다 과수면이 생겨 계속 자고 싶어진다.
연령에 따라 나타나는 우울증세도 다르다.
성인은 우울증이 있으면 침울해지지만 청소년은 우울감보다 짜증이나 화를 내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과중한 학업부담, 스트레스, 수면부족이 원인이다.
40∼50대는 우울증이 가장 많이 생기는 연령대다. 이 시기 우울증은 사회경제적 위치와 신체적 증상이 변하면서 생긴다. 남성은 만 55∼65세에 직장에서 은퇴하면서 가장으로서 권위를 상실했다는 우울감이 온다. 여성은 만 45∼55세 폐경기에 우울증이 잘 생긴다. 중년남성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두통, 소화불량, 만성통증 등을 보인다.
중년여성의 경우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빈둥지증후군(일명 노라증후군)’을 앓게 된다.
화병(우울증의 일종)은 특히 40대 주부에게 많이 생긴다.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고 속에서 열이 치밀어 오른다. 폐경기에도 성호르몬 저하에 따른 증상으로 우울감이 생긴다.
노인 우울증은 질병, 외로움, 빈곤에서 오는 상실감에서 생긴다. 배우자 사별, 경제적 손실 등이 주요 원인이다.
노인 우울증 환자는 ‘집중이 되지 않고 기억력이 떨어졌다’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아프다’ 등 신체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증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지속적인 것이 특징이다.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으로 인한 뇌병변이 겹쳐지면서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 혼자 있는 것은 피해야
우울증 환자의 80%는 치료가 가능하다. 본인 스스로 일상생활에서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다.
우선 말없이 참지 말아야 한다. 우울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 좋다. 속에 감정을 쌓아두기만 하면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지나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는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큰 결정사항이나 중요한 일에 대해 잠시 잊고 지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 것도 좋다. 기분이 우울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는 전문서적 등 어려운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는다.
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은 피한다. 혼자 있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진다. 친구나 동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단체모임에 나가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의식적으로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 이는 모든 일에 흥미를 떨어뜨리고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기게 만든다.
또 공부, 일, 가정 등에 몰입했던 것에서 벗어나 취미를 가지고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린다. 자녀는 부모와, 부모는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 우울증 환자의 말을 들어주세요
보통 사람들은 우울한 기분에서 쉽게 벗어나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의 심각한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울증은 보통보다 조금 더 침울한 정도가 아니라 정상적인 감정과는 전혀 다른 감정 상태다.
주변에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함께 있어 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환자가 외로움과 불안감을 지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거리가 없어도 그냥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울증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특별한 대화법은 필요하지 않다. 말을 들어만 주는 것으로 80%의 치료 효과가 있다. 단순하게 “맞다” 정도로 거들어 주면 된다. 간혹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 하는 질문을 해주는 것도 좋다. 많은 사람들은 우울증 환자가 부담스러워할까봐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누군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해주길 원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꼭 한번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여부다. 진지하게 물어보면 진지하게 대답한다. 그럴 경우에는 증세를 파악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 증세 호전됐다고 항우울제 바로 끊으면 안돼
우울증 약물치료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항우울제의 치료 효과는 매우 높지만 효과는 즉각 나타나지 않는다. 약물을 투여하고 최소 2, 3주 경과해야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약물치료를 받으면 1, 2개월 내에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약물을 9개월∼1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바로 약을 끊어 버리면 안 된다.
항우울제의 부작용도 있다. 입이 마르고 변비가 생기거나 소변이 강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통증이 있고, 성기능이 변화하고, 물체가 둘로 보이고, 일어날 때 어지럽기도 하다. 두통과 메스꺼움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처음 약을 먹고 2, 3일 동안 생겼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울증을 정신력으로 이겨보겠다고 그냥 버티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도움말=김세주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교수,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우울증, 진실 혹은 거짓▼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 잘못 알려진 사실도 많다.
우울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OX퀴즈’로 알아봤다.》
질문 [1] 우울증은 내성적 성격 때문에 생긴다.(X)
성격이 내성적이기 때문에 우울증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평소 지나치게 활달하고 명랑한 사람이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인해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맞다.
질문 [2] 우울증은 심리적인 병이므로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X)
우울증은 뇌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교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한다.
약을 먹는다는 것은 우울증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다.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달리 습관성이 없다. 자살을 목적으로 대량 복용하지 않는 한 중독성이 없으며, 다른 항정신병 약과는 달리 정신이 멍해지는 현상도 거의 없다. 약물치료와 함께 지지적 정신치료, 심층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도 병행해야 한다.
질문 [3] 우울증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의 중요한 원인이지만 체질적이고 유전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별다른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쇼크 없이 우울증이 오는 경우도 많다. 다양한 신체질환에서 뇌기능이 영향을 받아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질문 [4] 우울증 치료에 기도원, 사찰 등 조용한 곳은 좋지 않다.(O)
우울증 환자가 조용한 곳에서 혼자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우울증 환자가 고립되면 자기만의 왜곡된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온갖 번민에 휩싸여 우울증이 심해진다. 자살충동이 심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질문 [5] 우울증은 긍정적인 생각만 가지면 고칠 수 있다.(X)
우울증 환자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병으로 인해 우울하고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이 가는 것은 환자 스스로도 어쩔 수 없다.
‘생각을 바꾸면 우울증이 낫겠지’ 하는 생각에 전문적인 치료를 멀리하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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