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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50세에 천명을 알고, 60세에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70세에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자한 노인의 이미지는 환상에 가깝다. 나이가 들수록 온순해지기는커녕 고집이 세지고 쉽게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이가 몰려 사는 아파트 단지보다 노인들이 많은 동네가 훨씬 분쟁이 잦다. 때로는 잔인한 범죄마저 서슴지 않는다.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이 저지른 숭례문 방화사건, ‘노인과 바다’ 사건으로 불리는 전남 보성 70대 어부의 연쇄살인이 대표적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전국적으로 범죄발생 건수가 16.7% 줄었다. 그런데 노인 범죄는 45%가 늘었다. 또 1996~2006년 60세 이상 노인이 전국적으로 46% 증가하는 동안 노인 범죄(61세 이상)는 무려 139%가 늘었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 변덕과 심술과 고집을 부리는 창업 1세대도 적지 않다. 어느 창업자는 자식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아들과 가까운 경영진을 한꺼번에 몰아내기도 했다. 아들을 믿지 못하니 회사 결재권을 뺏었다 돌려줬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일본 작가 후지와라 토모미는 저서 ‘폭주노인!’에서 노인들이 거칠어진 것은 시간·공간·마음 3가지가 급격한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노인들의 변덕과 폭력은 격변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부적응과 고독한 삶을 알리는 절규다. 늘 마음속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싸운다.
분명 현역 시절에는 은퇴하면 자유시간이 많아져 더 여유롭고 풍요한 삶을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곧 은퇴자들은 상실감에 시달린다. ‘제2의 인생’의 어려움은 시간표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데 있다. 시간표를 잃어버린 일상생활에 갑자기 ‘기다림’ ‘기다림을 강요받는’ 시간이 생기면 순식간에 분노가 폭발한다. 병원이나 약수터, 담배자판기 앞에서 노인들의 시비가 잦은 것은 그 때문이다.
노인들의 ‘이웃에 대한 범죄’는 서로의 공간의식이 부딪쳐 생긴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겉도는 인간관계가 절망과 고독, 자괴감에 빠진 노인들을 양산해내고 이것이 결국엔 분노로 표출돼 범죄에 이른다.
수명 100세 시대를 앞두고 고독한 노인들이 늘어간다. 자식들이 둥지에서 떠나고, 배우자마저 세상을 등지면 무인도 같은 공간에서 혼자 적막감과 싸우며 살아야 한다. 늙은 남자는 태생적으로 세상을 사는 게 서툴러서 힘들다. 평균수명이 긴 여자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무려 10년 가까이 빈 집을 지켜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끝나갈 때가 아름답다. 낙조는 일출보다 아름답고, 가을은 봄보다 아름답다. 하지만 황혼의 삶은 그렇지 않다. 자칫 가시밭길이 되기 십상이다. 장수시대란 한마디로 인생의 3분의 1 가까이를 노인으로 지내야 한다는 뜻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머지않아 내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노인이 될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노인들이 젊은이의 등 뒤에서 마음속으로 가장 많이 하는 욕이 “이놈아, 너도 늙어봐라!”라고 한다. 올 한가위는 외로운 노인의 손을 잡아드리는 따뜻한 명절이 됐으면 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73호(08.09.17/2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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