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원,국제중

국제중·외고 입시컨설팅 바람

설경. 2008. 9. 22. 16:49


[중앙일보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매년 바뀌는 입시 제도와 전형 방식 때문에 혼란스러운 학생과 학부모들. 비단 고3 수험생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제 중3·초6도 특목고·국제중을 목표로 한다면 입시의 판도를 잘 살펴야 할 때. 대원·영훈중의 국제중 전환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학부모들은 크게 늘고 있다. 특목중·고 입시에 부는 컨설팅 바람. 대치동 학원가에서 15년간 외고·국제중 입시 상담을 해온 이지외국어학원 정랑호 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Q 대원·영훈중의 국제중 전환이 발표된 이후 학부모들 반응은 어떤가.

A “처음 학원가에서 국제중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개교도 안 한 학교를 두고 허위 광고 하는 것 아니냐'며 반신반의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제 '어떻게 뽑느냐'에 관심이 많다. 마지막 3단계에서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전형안을 두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말도 안된다'며 그런 학교라면 차라리 안가겠다고들 한다. 오히려 중·상위권 학생들이 가능성을 보게 됐다. 청심국제중을 준비하다 대원중으로 방향을 돌린 학부도 상당수다. 교육청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영어로 수업한다는 학교가 영어 능력을 보지 않고 뽑겠다고 하니 혼란스러워 한다.”

Q 11월에 전형을 치를 예정이라는데 아직 전형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혼란이 더 클 것 같다.

A “어떤 제도든 첫 해는 정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일단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할 수 있느냐부터가 관심사다.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지 등 '정원의 5배수(1차 선발 학생수)'에 들기 위한 전략을 궁금해한다. 교육청과 학교가 믿을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힘들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입시구조는 변수도 많고 까다롭다. 영어 공인인증시험만 해도 많은 종류가 있는데 어떤 학교는 이걸 인정 안하고, 또 다른 학교는 저걸 반영 안한다고 하니 어려운 거다. 학생·학부모들이 사교육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요즘 초·중학생 부모들은 본인들이 이와 같은 입시를 치러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를 찾을 수밖에 없다.”

Q 입시 전문가의 컨설팅이 이제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A “컨설팅 문화가 생긴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아직은 낯설어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제품 홍보를 위해 광고와 전략이 필요하듯 컨설팅의 중요성을 느끼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전형을 할 때 자신들이 보고자하는 것만 보게 돼 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학교가 뭘 보고자 하는지를 모른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학생이 아주 평범한 학생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해 보이는 학생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학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필요한 부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현재 외고 입시처럼 아이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지원 전략이 크게 바뀔 수 있

는 경우, 시험을 앞두고 급박하게 상담을 받으러 오기도 한다. 하지만 본래 컨설팅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컨설팅은 사실 누구나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더 이상 컨설팅 받을 필요 없다'고 얘기해주는 것도 컨설팅이다.”

Q 바람직한 컨설팅이란.

A “훌륭한 의사는 수술 회수로 판단한다. 그러나 해부도 안 해본 사람이 수술을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컨설팅도 직접 학생을 가르쳐보고 많은 상담을 통해 실패 사례도, 성공 사례도 겪어본 사람이 해야 한다. 경험이 많고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아이비리그 출신'과 같은 화려한 수식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간혹 객관적으로 아주 훌륭한 학생인데 필요한 자료를 안 만들어 떨어지는 것을 본다. 또 컨설팅은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이 맞딱드릴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시켜야 한다. 환상을 깨주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이야기를 함께 충분히 듣고 냉철하게 조언 해주는 사람에게 컨설팅을 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Q 앞으로 국제중 입시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A “새로 생기는 국제중의 2차 시험은 외고 전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3차 시험은 현재 추첨제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는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변별력 없는 선발 방식은 학교에서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입시에서도 변동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완화된 대안 정도라도 나올 것이다. 서로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 끌고 가는 건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쨌거나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 없을 것이다. 학부모들에게도 '학생이 공부 잘 한다면 걱정 마시라, 좋은 학생 뽑기 위해 학교 측에서 더 걱정한다'고 이야기한다.”

Q 국제중을 염두에 둔 초등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A “'해외 살다온 것 같은' 영어 실력을 쌓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요즘은 홈스쿨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회·수학·과학도 갖추면 더욱 좋다. 하지만 어렵다면 다른 분야에서 보충하면 된다.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꼭 임원이 되지 않더라도 좋다. 스스로 야구를 좋아해 야구부를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다. 정해진 길만 좇지 말고 다양한 대안을 찾도록 하라.”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