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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논제
다음 제시문은 관용(똘레랑스)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제시문을 읽고 아래의 물음에 답하시오.
[가] ‘당신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행동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우선 남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행동을 존중하라’, 바로 이것이 똘레랑스의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똘레랑스는, 당신의 생각과 행동만이 옳다는 독선의 논리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길 요구하고, 당신의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믿음을 남에게 강제하는 행위에 반대합니다.
원래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은 설득에 의한 동의로 바뀔 수는 있어도 강제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강제에 의해 하루아침에 버릴 수 있는 이념이나 신념이었다면, 그것들은 이미 이념도 신념도 아니었고 다만 허위였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이 나와 다르다고 강제하여 전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다만 인간성에 대한 몰이해이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이념이나 신념에 대한 모독이 될 뿐입니다. 당신이 만약 그런 강제를 인정하고 있다면 당신과 그 대상자의 자리를 뒤바꾸어보십시오.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이념과 신념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념과 신념이 당신에게 귀중한 것이라면 남의 그것들도 그에게는 똑같이 귀중한 것입니다. 당신의 그것들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남의 그것들도 존중하십시오. 이것이 바로 똘레랑스의 요구이며 인간 이성의 당연한 주장입니다.
-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나] 왈쩌는 로마제국이 관용적이라고 말한다. 제국의 관리는 세금만 거두고 속주에게 자치권을 주었다. 이것을 왈쩌는 관용이라고 한다. 제국은 속주에 (왈쩌의 어법을 따르자면) 관용하였다. 그렇다면 속주의 사람들은 무엇을 관용하였는가? 세금을 내는 것을 관용하였다. 바로 이 두 가지 사실에서 관용이 이성의 원칙이거나 무슨 고상한 이념적 원칙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다. 즉 로마제국은 속주가 자치적이 되는 것을 참았다. 속주의 사람들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을 참았다. 관용의 어원은 ‘견디다’‘참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teler arein’에서 나왔다. 참음으로써 양측은 무엇을 얻었는가? 목숨을 부지했고, 평화를 얻었고, 서로 함께 살게 되었다. 관용은 참게 되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다.
- 송재우, 마이클 왈쩌의 ‘관용에 대하여’ 옮긴이 후기
[다] 내가 볼 때 관용(똘레랑스)에 호소하는 것은 매우 불쾌한 구석이 있습니다. 관용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정당한 것으로 되어야 한다고 이미 결정해버린) 다른 사람들에 대한 거부와 폄하를 잠깐 동안 연기하고 유예하자고 제안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그저 관용하는 사람들은 당분간 그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만, 언제나 자신들의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정말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관념과 믿음이 전면에 그대로 내세워져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못되어 있지만 그들의 파괴는 잠깐 미루어져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관용인 것입니다.
- 옴베르또 마뚜라나 ‘있음에서 함으로’
문제1. 각 제시문들의 차이점을 간단히 요약하고(±200자)
문제2. 관용(똘레랑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여 논술하시오.(±800자)
8월 23일자 ‘롬멜의 이중적 태도, 그는 정당한가’에 대한 학생 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이 정해져 있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예인은 남을 즐겁게 하고, 의사는 아픈 사람들을 치료한다. 그런 면에서 (1)군인의 과업을 훌륭하게 달성한 롬멜은 정당하게 행동했다고 볼 수 있다. (2)롬멜이 정당성을 갖은 부분을 그의 행적에서 몇가지 찾아볼 수 있다.
(3)먼저, 롬멜은 전쟁을 훌륭하면서도 정당하게 수행했다. 물론, 히틀러의 전쟁은 정당한 목적을 가진 전쟁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신을 하거나 조국을 등지는 행위 또한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 또한, 나치의 불법행위에 공모하지 않은 점으로 봐서도 그는 군인으로서의 과업인 전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수행하지 않았다.
(4)【두 번째로, 그가 히틀러의 명령을 어기고 포로를 학살하지 않은 점이다. 상관의 지시를 따르는 것 또한 군인의 의무이다. 하지만, 포로를 학살하는 것은 군인이 해야할 일이 아니다. 상관의 명령과 여러 사람의 구제라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롬멜은 결국 여러 사람의 목숨을 구제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따라서 상관의 명령을 어긴 것이 롬멜의 정당성을 부정할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또한, 롬멜은 히틀러의 명령을 어겼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로 학살의 명령을 어긴 것은 교전중인 상황이 아닐 때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군인의 자세, 그대로를 보여준 것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5)【관점에 따라서는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해 전쟁을 한 군인과 포로학살의 명령을 어긴 롬멜의 행동을 이중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군인으로서 전쟁이라는 과업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면서도 나치당에 야합하지 않고, 여러 포로들의 목숨도 구제했다. 이로 볼 때, 롬멜의 행위는 명예로우면서도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허재웅 학생 글
◆첨삭지도
한 인간의 행동이 정당한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은 매우 신중을 요한다. 특히, 전쟁과 같이 수많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된 특수한 상황에서는 이것이 더욱 중요하다.
개인에게 부과되는 수많은 의무와 역할을 모두 조율하면서 한 순간의 행동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 규칙은 존재한다. 군인과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얼마전 개봉한 ‘화려한 휴가’ 역시 이처럼 군인의 행동이 가지는 정당성에 대한 문제를 던진다.
이번 논제가 학생들에게 낯익지 않은 주제이며 소재이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그 상황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출제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인권과 생명 존중이라는 도덕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룸멜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비해 허재웅 학생은 전쟁 상황에서 전문군인이라는 개인의 직무와 역할을 기준으로 롬멜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전개하였다. 재웅 학생은 전쟁 상황이 주는 전후의 맥락이나 사회문화적 영향들은 제쳐두더라고, 개인의 행동을 평가하는 관점에서 심층적이고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적 사고력을 높이 평가해서 대표첨삭으로 선정됐다.
(1) 자신의 입장은 강하게 제시하자. 학생들은 ‘~할 수 있다’, ‘~라고 볼 수 있다’, ‘~라고 생각한다’등의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대부분이 ‘~’에 해당하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자신의 입장을 살릴 수 있다. →“군인의 과업을 훌륭하게 달성한 롬멜은 정당하다.”
(2) 본론에서 재웅 학생이 다룰 내용의 방향을 정한 것은 좋다. 그러나, ‘몇 가지’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무엇을 다룰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더 좋다. →“정당성의 근거는 롬멜의 행적 속에 잘 드러난다.”
(3) 롬멜의 행동이 왜 정당한가에 대한 학생의 입장이 제시된 부분이다. 전쟁을 정당하게 수행했기 때문에 롬멜의 행동은 정당하다는 논리는 순환논증의 오류다. 행위의 정당성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단락에서 제시되는 내용들의 의미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먼저, 롬멜이 전쟁을 수행한 방식이 정당했다.”
(4) 포로 학살 명령에 대한 불복종이 왜 정당한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히틀러의 명령을 어긴 것은 구체적 사례이며, 이 사례를 통해 학생이 생각하는 정당성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예를 들면, ‘전쟁의 도덕적 규칙을 준수하였기 때문에 롬멜은 정당하다.’와 같은 주장을 제시해야 한다.
(5) 결론에서는 좀 더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롬멜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이 이중적이라기 보다 전쟁 규칙을 준수했기 때문에 사실 동일한 기준에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 단락의 내용은 앞서 제시한 내용들을 요약한 것 밖에 안된다. 이전까지 전개된 논의를 정리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이를 종합해서 결론 짓도록 해보자.
협찬:조동기국어논술전문학원(www.1gy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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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기 조동기국어논술 전문학원 대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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