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입시평가 4대천왕’ 그들 한마디에 구름떼 수험생 몰린다/어떻게 평가ㆍ

설경. 2008. 11. 24. 16:43


핵심을 찌르는 전략과 전술에다 구수한 입담까지. 보통사람은 많은 청중 앞에 서면 작아지게 마련. 그러나 수천명이 그들의 입을 바라보면 볼수록 그들의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들어간다. 원고 없이도 3시간 강연이 너끈한 이들은 다름아닌 한국 교육계의 큰 손 ‘입시평가 4대 천황’.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학부모와 수험생은 그들의 그림자를 따라다닌다. 그들이 쏟아내는 말 한 마디에 따라 대학 입학 접수 창구가 한산해지기도,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수능ㆍ학생부ㆍ논술ㆍ면접 등 각종 전형요소를 마치 재단사가 옷감 자르듯 자유자재로 분석해 수험생ㆍ학부모ㆍ교사는 물론 언론에까지 길잡이를 제시하는 입시전문가. 독특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사로잡는 김영일 김영일교육컨설팅 대표,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가나다 순)이 궁금하다.

▶화려한 경력과 입담은 기본

이영덕 평가이사는 강한 체력과 구수한 입담이 자랑이다. 그는 크고 굵은 목소리와 강렬한 몸짓으로 청중을 사로잡는다.

지난 16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입시설명회에 모인 5000여 명에게 3시간 넘게 막힘없는 강의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사범대 재학 시절 교수법을 배우며 말할 때 고저장단 조절법을 익혔다”며 “남 앞에서 말하는 것만큼은 자신있다”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인천 문일여고 교사 시절부터 최강 국어교사로 인정받았고, EBSㆍ메가스터디ㆍ유웨이중앙교육의 스타 강사로 우뚝 섰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두루 섭렵한 것. 17년 교편생활에서 고3 담임만 10년 이상 맡으며 입시 지도에 대한 안목을 쌓았다.

김영일 대표는 1985년 입시평가 업무에 뛰어든 최고참.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노하우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회사(김영일교육컨설팅)를 차리면서 그의 이름은 학부모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교육잡지 기자 출신의 냉철한 분석가. 20년 가까이 교육기자로 일하면서 쌓은 데이터 분석 능력과 화려한 글솜씨는 따라갈 자가 없을 정도다.

▶길거리에서도 식당에서도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

김영일 대표는 고위 공무원이나 재벌가 자제의 전문 입시상담가로 유명했다. 1990년대 가ㆍ나ㆍ다ㆍ라군으로 4번 정시 전형을 보고 원서도 방문 접수만 가능하던 시절, 접수 창구에서 직접 한 정치인 자녀의 원서 접수를 진두지휘해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킨 일화는 지금도 교육계에서 회자된다.

유성룡 실장은 오프라인 설명회를 갖는 경우는 드물다. 이투스가 온라인 교육회사인 만큼 하루 수십에서 수백통의 e-메일 상담을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교회 등지에서는 무료로 상담해 주기도 한다. 그가 상담하는 날이면 해당 교회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영덕ㆍ이만기 두 이사는 방송 스타. 이영덕 이사는 평가업무를 시작한 1980년대부터 방송사 메인 뉴스 단골 초대손님이었다. 1993년 첫 수능 때 직접 스튜디오에 나타나 생방송으로 난이도와 입시 전망을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10여 년 전 그가 입시설명회를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 택시를 탔을 때, 라디오를 즐겨듣던 택시기사가 목소리만으로 그를 알아봤을 정도다.

1996년 EBS 언어영역ㆍ논술 강사로 방송에 데뷔한 이만기 이사는 화려한 말솜씨와 탁월한 실력, 신뢰감 있는 외모와 목소리로 단번에 스타 강사로 자리매김했다. 학생 사이에서 그의 강의를 골라 듣는 마니아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는 “언젠가 가족과 외식을 갔다가 식당 주인이 사인을 해달라고 해 사인을 해준 적도 있다”고 했다.

▶1년 내내 쉴 틈 없지만 천직(天職)

‘4대 천왕’에게 공통점이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의 1년 스케줄은 이렇다.

1월 말 각 대학의 정시전형 합격자가 발표되면 이를 분석하고 재수 안내를 하는 게 1년 스케줄 중 첫 번째다. 2월에는 학교와 학원을 찾아다니는 현장 친화 상담에 몰두한다.

3~6월 각종 모의고사를 분석하며, 내신 관리에 대한 조언을 한다. 6월에는 국가모의평가를 진단하고, 여름방학 공부법을 제시한다. 7~8월에는 9월 예정된 수시전형 공략법을 연구한다.

9월 들어서는 본격적인 입시 체제를 가동한다. 9월 수시모집 안내에 이어 10월 대학별ㆍ학과별 가중치에 따른 수능 공부법을 되짚어준다.

11월에는 수능 난이도를 진단하고 가채점을 통해 해당 연도 수능을 결산한다. 12월 정시 지원 전략을 수험생에게 소개한 뒤 정시모집 접수가 마감되는 연말쯤부터 이듬해 1월 말까지 약 한 달간의 달콤한 재충전 시간이 돌아온다.

이영덕 이사는 “1년에 100여 회 설명회를 다니고, 입시 평가업무도 병행하다 보니 스케줄을 적어놓은 수첩이 연예인처럼 새까맣다”며 “그래도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면 이 직업이 천직인 것 같다”고 했다.

▶입시 4대천왕은 어떻게 평가ㆍ예측할까?

입시 전문가를 보면 쪽집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잘 것 없는 재료로도 사람의 입에 감동으로 남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명(名) 셰프’처럼 그들은 입시요강과 수능ㆍ학생부ㆍ논술 등 수험생의 성적을 잘 융합해 정확한 진단으로, 수험생이 원하는 것과 최대한 근사치에 가까운 대학과 학과를 찾아낸다.

대한민국의 입시전문가들을 대표한다는 입시 평가 ‘4대 천왕’에게 입시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를 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정확한 자료 분석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다른 분도 그렇겠지만 특별히 나 같은 경우 정보, 즉 데이터를 절대적으로 신봉한다”며 “그동안 쌓였던 각종 입시 DB, 대학 입시요강, 학과 등 학생의 진학 선호도, 그리고 가채점 결과 등 수능 성적 자료와 그동안 나왔던 논술 문제의 경향 등 여러 가지를 종합 분석해 진단ㆍ예측을 거쳐 수험생에게 정보를 준다”고 했다.

물론 데이터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랜 입시 연구 경험을 거치면서 쌓인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다. 인맥으로 맺어진 고등학교 교사나 대학 교수 및 입학처 직원 등 일선 교육계의 관계자는 그들에게 소중한 정보원이 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구에게서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영업비밀이라서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끼리는 이런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데이터와 인맥 말고 중요한 것이 하나 또 있다. 그것은 다양한 입시 사례와 예측 결과를 통해 축적된 감(感)이다. 물론 이는 오랜 경험에서 얻어진 것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물론 데이터를 중시하지만 입시 평가업무를 오래하다 보면 느껴지는 감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도 “올 입시에서 처음 도입된 자유전공학부도 그동안의 경험과 느낌을 통해 이것이 로스쿨로 가는 지름길, 즉 ‘프리학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했다.

어떤 데이터가 있더라도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의 현장경험은 못 따라간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현장의 목소리가 각종 입시평가에 반영될 때 비로소 자신들이 예측하는 평가ㆍ진단의 정확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능이 어렵다, 쉽다를 가르는 난이도 면에서는 입시평가 기관이나 교사보다 학생의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 맞아떨어졌다는 것이 ‘4대 천왕’의 지적이었다.

김영일 김영일교육컨설팅 대표는 “20여 년을 해 온 결과 현장, 특히 수험생의 느낌과 생각이 제일 정확하다고 생각해 이를 평가에 반영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성룡 실장도 “상담 때마다 좋은 학교를 가고 싶은 욕심에 자신의 성적을 과대평가하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를 종종 볼 수 있다”며 “‘자기 객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확한 평가도 나오지 않고, 학생을 위한 ‘맞춤 상담’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수험생에게 상위권 대학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능하면 성적과 적성, 심지어는 생활 형편까지 보고 진학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이만기 이사는 “그래도 학교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학과가 우선”이라며 “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할 때 형편이 어려운 친구에게 (등록금이 싼) 교대를 권한 적이 있다. 처음에 투덜대던 그 친구는 지금 훌륭한 선생님이 됐다”고 회고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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