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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경기권 외고 입시분석/수학 빠진 첫해… 영어 평이·언어 어려웠다

설경. 2008. 12. 1. 13:53

2009 경기권 외고 입시분석

올해 경기권외고 입시가 마무리 됐다. 총 모집인원 3320명에 약 2만2700여 명이 응시, 평균 경쟁률 6대1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의 감점이 적었던 김포외고로 11대1, 가장 낮은 경쟁률은 3.64대1로 내신 성적 감점이 가장 컸던 성남외고였다.

■특별전형과 일반전형

특별전형 중 무시험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성적 우수자 전형을 보자. 작년 성적 우수 무시험 합격선이 내신 석차 백분율 1.8~2%대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경기외고(옛 명지외고) 약 1% 중반, 과천외고 4% 초반, 안양외고 3% 초반, 김포외고 3% 후반 등 대체적으로 합격 백분율이 떨어졌다. 이는 예년까지 외고입시에 반영하지 않았던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반영한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입시 막바지(중간고사 기간대 9월 말~10월 초)에 내신과 외고 실전준비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감으로 중간고사를 내실 있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특별전형이 외국어(영어)우수자 전형이다. 올해는 토플, 토익, 텝스 등과 같은 공인 점수를 전형의 자격조건으로 제한을 두지 않고 입시를 치른 첫 해였다. 영어를 좀 한다는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이 기대를 가졌으나 입시결과는 '역시나'였다. 다시 말해 공인점수를 지원자격으로 하지는 않았으나, 공인된 시험들과 유사한 형태로 출제를 했기 때문에 공인점수가 반영되지 않았다 하기는 어렵다. 중위권 외고는 iBT 토플 기준 100점대 초반, 상위권 외고는 iBT 108~110점 이상이 돼야 경쟁력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은 일반전형을 보도록 하자. 2009학년도 경기권외고 일반전형의 핵심은 '공동 출제'와 서울권 학생들의 '남하(南下)'현상이었다. 올해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선정한 출제위원들이 출제하고 각 외고들은 그 문제들 가운데에서만 뽑아 출제했다. 이것은 곧 각 외고가 가지고 있던 고유한 출제특성들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다 보니 평이한 문제 속에서 수험생들을 변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래서 전 경기권 외고가 변별요소로 삼은 것이 바로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어법문제였다. 매년 어법문제를 한두 문항으로 제한했던 외고들이 올해는 6~10문항까지 어법문제를 출제했다. 물론 어휘를 텝스 실전 수준으로 하거나 사고력 중심의 빈칸 추론문제, 장문형 독해문제 등을 강화해 변별을 시도했으나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독해는 너무 쉬웠고 어법문항이 많고 어려웠다'고 전했다. 공동출제가 갖는 몰개성이 특정 유형에만 치중해 버린 상황을 가져온 것이다.

■언어가 변수, "수능 언어영역보다 어려워"

올해는 예고된 대로 경기권 외고에서 수학이 빠졌다. 따라서 외고 준비생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영어보다 언어에 의한 변별이 높아 질 수밖에 없었다.

2009 경기권 외고 언어 출제경향은 작년 대비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지문 출제 비중을 비교해 보면 교과서 내 지문은 30%, 교과서 외 지문은 70% 정도였다. 공동출제로 인해 학교별로 문제가 중복되는 경향이 작년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출제 문항 수 대비 응시시간을 조율해 차별화를 둔 것이 특징이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올해 수능 언어영역보다 더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문항수가 늘어나면서 어휘·어법 문항수가 2~3문제 정도 더 늘어났다. 올해 언어는 영어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대부분인데, 그 주요 원인이 비문학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문학은 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술, 역사 등에서 골고루 출제됐는데, 지문 자체가 길어지면서 지문에 대한 집중력과 이해력이 떨어졌다.

■서울권 학생들의 南下현상

올해 입시의 마지막 특징은 바로 서울권 학생들의 대거 '남하'였고 그로 인해 경기권 수험생들이 많은 좌절을 맛보았다는 점이다. 올해 경기권 입시일자가 서울권 외고 보다 앞서 실시돼 서울권 학생들은 외고 입시에 대한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이런 외부적 상황 외에도 서울권(특히 강남, 목동지역) 학생들은 영어가 강하고,(서울권 외고의 출제 유형상) 언어는 경기권 형태로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경기권 외고 지원생들은 영어는 서울권 학생들보다 강하지는 않으나 언어에 대해 기출문제 중심으로 철저히 준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지역의 합격생을 가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언어가 지나치게 어렵게 (수능 고3 수준보다 더 어렵게 출제됨) 출제되면서 외고들에서 원하는 일정 정도의 변별력을 상실해 버렸다.

따라서 영어가 강했던 서울지역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고, 경기지역의 수많은 학생들이 아픔을 맛봐야 했다. 실제로 한 외고는 합격생이 전체 모집 정원의 35%정도 만이 경기지역이었다고 한다. 내년에는 외고 지역제한이 실시되기 때문에 올해와 같은 이런 현상은 나타나진 않겠지만 어쨌든 올해 입시가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박희숙 영재사관학원 평촌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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