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과정보

대학 학과 선택

설경. 2008. 12. 3. 15:01


[중앙일보 박길자.김현동] #1 서울 D외고를 거쳐 상위권대 법대를 졸업한 김승택(28)씨. 인류학자를 꿈꿨던 김씨는 회사원인 아버지의 권유로 1998년 법대에 진학했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전하던 김씨는 6년간 고시 공부에 매달렸으나 실패했다. 취업 장벽을 넘지 못해 고생하던 김씨는 올해에야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2 현재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생인 박성준(20·가명)씨는 “적성을 살려 경영학과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박씨는 고대와 서강대 경영대에 동시 합격했으나 고대를 택했다. 그런데 인문학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위염을 앓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신의 꿈과 적성을 살린 학과 선택을 못해 고전한 학생들의 사례다. 수능 성적표가 10일 배부되고,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18~24일 진행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사설 입시기관 배치표와 수능 점수를 '짝짓기'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진로교육 전문가들로부터 20여 일 남은 학과 선택법을 들어봤다.

원서접수 D-20 … 학과 선택 전략 대학 중도 탈락자 비율은 4.8%, 전문대는 8.3%에 이른다(한국교육개발원 4월 조사 결과). 또 2007년 8월, 2008년 2월 대학 졸업생 17만878명 중 5만2652명이 다른 전공 분야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과 선택을 제대로 못하면 반수나 편입의 위험 부담이 크고,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 학과 수가 얼마나 될까. 답은 1만7352개(331개 대학·2008 교육통계연보)다. '학과의 바다'에서 헤매다 자칫 좌표를 잃기 쉽다. 학과 선택 1단계는 미래의 꿈을 설계하는 것이다. 직업을 결정한 후 2단계로 관련 학과 리스트를 만든 후 최종 지원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직업 체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적성을 잘 모른다면 커리어넷(www.careernet.re.kr) '아로플러스'에서 무료 직업적성검사를 받거나 유료 프로그램인 학과계열선정검사, 홀랜드 검사 등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센터 자료실에서 학과분류체계를 내려받은 후 적성에 맞춰 7개 계열 중 한두 개를 고른 후 중분류, 소분류에 따라 학과를 탐색하면 된다.

12월 1일 개통한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정보시스템(http://cesi.kedi.re.kr)과 한국직업정보시스템(http://know.work.go.kr)을 통해 학과와 유망직업 정보를 자세히 얻을 수 있다. 특히 대학 정보 공시제에 따라 개통된 '대학 알리미'에서 지원대학과 학과의 취업률, 학과별 입시정보, 학과별 충원율 등을 알 수 있다.


대학 '간판'이냐 학과냐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요즘 기업들은 인재 채용 시 상위권 10여 개 대학 그룹에선 '간판'보다 학과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지원대학 홈페이지에서 학과 교과과정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수진과 시설 ▶졸업 후 진출 분야 ▶취업률 ▶과잉 공급 분야인지, 쇠퇴 분야인지 ▶취업 위주인지, 진학 중심인지 ▶투자 대비 효과 등도 따져봐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학과를 놓고 커리어넷 의 '대학생·성인→학과 정보'를 통해 대학별로 비교해 본다. 그는 “영원한 첨단 학문'인 기계공학과를 '올드 패션'으로 여기거나 무기재료공학과를 군수산업 관련 학과로 오해하는 것은 잘못 주입된 학과 정보 탓”이라고 지적했다.

학과와 성격이 잘 연결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사색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팀별 토론이나 프로젝트 수업이 많은 경영학과에 간다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첨단 이미지를 얻기 위해 대학들이 학과 명칭을 자주 바꾸는 게 현실이다. 도서관학과는 멀티미디어정보학과로, 광산학과는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에서 에너지자원학과로 '얼굴'을 바꿨다. 한국교육개발원 강성국 교육통계센터 소장은 “중하위권 대학일수록 특이한 명칭으로 수험생을 유혹한다”며 “'취업률 100%'라는 홍보 문구도 믿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취업률을 볼 때는 '좋은 일자리(Decent Job)'인지 '취업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대학의 전략 학과나 특성화대학도 절반만 믿어야 한다. 강 소장은 “속칭 인기학과는 졸업 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소수 정원만 뽑고 개설 대학이 많지 않은 비인기학과가 유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과 선택에도 '역발상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와 '직업 토론' 해보라 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10년 후 유망 직업, 지원 학과의 전망, 연봉, 직업이 요구하는 능력과 성격 등을 놓고 '가족 난상 토론'을 벌이는 게 좋다.

조 대표는 “이색 직업을 유망 직업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며 “'10년 후'를 예측하고, 졸업 후 진출 경로가 분명한지 살펴봐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입 시즌이 되면 부모와 자녀가 갈등을 겪는 가정이 적지 않다. 상위권 학생들은 의대나 법대 진학을 권유받고 떠밀리듯 학과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조 대표는 “부모가 개인적·주관적 경험에 근거해 편향된 정보를 주기 쉽다”며 “일방적으로 강요할 바에야 아예 자녀에게 학과 선택을 맡기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부모 역시 진로정보를 잘 모르는 '초보자'이므로 오히려 '인터넷 세대'의 정보력을 믿어줄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다면 한국고용정보원 워크넷 에서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글=박길자 기자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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