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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내 성적 잘 나와 놀라고… 친구들 성적 더 좋아 또 놀라”
■ ‘대학정보공개’ 4년제 205곳 자료 분석
《서울 K대 2학년 김모(20·여) 씨는 올 1학기 평균 평점이 4.42점(4.5점 만점) 나오자 내심 학과 수석도 기대했다. 하지만 김 씨는 친구들과 성적을 비교한 결과 만점을 받은 친구가 적지 않은 것을 보고 머쓱해졌다. 동아일보가 3일 대학 정보 공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공개된 전국 4년제 대학 205곳의 전공과목 성적 분포를 분석한 결과 대학의 ‘학점 부풀리기’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10명중 9명이 B학점 이상 되는 대학도
일부 지방대 “취업 도움될까 후하게 줘”
▽4년제大 80%가 B학점 이상=지난해 1학기 전공과목을 수강한 이화여대생 중 A학점은 49.1%, B학점은 41.4% 등 전체 수강생의 90.5%가 B학점 이상이었다. 2학기 때도 전체 수강생의 89.4%가 B학점 이상을 받았다.
이화여대 학칙에 따르면 과목마다 A학점은 35%, B학점은 40% 등 B학점 이상은 전체 수강생의 75% 이내로 주도록 규정돼 있다.
이처럼 지난해 80%가 넘는 학생에게 B학점 이상을 준 학교는 △1학기 72개교(35.1%) △2학기 86개교(42%)였다.
전국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가운데 지난해 B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1학기 77.3% △2학기 79%로 학생 5명 중 4명은 B학점 이상을 받았다.
또 A+, A0, A- 등으로 학점이 세분될 경우 A+로 몰아준 대학도 적지 않았다.
한국교원대는 규정상 A는 20%, B는 30% 이내로 B 이상이 50% 이하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1학기 87.3%, 2학기 87.7%였다.
전남 순천 명신대의 경우 전체 수강생의 72.2%에게 A학점을 줬다. 이 대학 관계자는 “지방대는 취업 등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학점을 후하게 줄 수밖에 없다”며 “전 과목이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규정상 문제될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지난해 A학점을 가장 적게 준 학교는 △1학기 영남대 대명동 캠퍼스(22.6%) △2학기 가톨릭대 성의캠퍼스(21.5%)였다.
두 캠퍼스 모두 학부 과정은 의과대뿐이다. 가천의과대도 1학기 A학점 비율이 28.9% 그쳤다.
A학점을 수강생의 30% 미만에게만 준 대학은 △1학기 21개교(10.2%) △2학기 16개교(7.8%)였다.
▽취업 때 학점은 참고용=한 지방대 교수는 “고교 시절부터 ‘내신 부풀리기’를 경험한 학생들인 데다 취업 때 성적표를 첨부하다 보니 학생들이 성적에 매우 민감하다”며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점수를 주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연구실로 찾아와 항의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학점 때문에 동급생의 부정행위를 교수에게 제보하거나 교수를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며 “취업 스트레스가 그만큼 심하다는 근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 관계자는 “기업체 대부분은 지원 요건만 충족하면 학점 자체로 당락을 가르지는 않는다”며 “기업은 지원자의 성실성을 점검하기 위해 학점을 반영하는데 최근 학점 부풀리기로 의미가 퇴색됐다”고 말했다.
잡코리아가 5월 국내 기업 638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기업 68.1%, 중소기업 37.6%가 채용 과정에서 학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학점 반영비율이 50% 이상인 회사는 42곳(15.2%)에 불과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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