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23. 단계별 전개/단계별 주문 의도를 꼼꼼히 따져라

설경. 2008. 12. 8. 15:05


[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23. 단계별 전개

기출문제 유형 1 - 서울대 2008학년도 정시 [난이도 수준-중2~고1]


1. 제시문 (가),<도표 1>, <도표 2>를 참조하여 물음에 답하시오. (800자 이내)

① 구성원 수를 살펴보면 <도표 1>은 31명이고 <도표 2>는 14세(世)부터 18세까지 5명으로, 26명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가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② 두 족보의 작성 목적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에서 드러나는 두 족보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2. 제시문 (나)에 따르면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 제시문 (나)에 나오는 논거 이외에 혈통 계승의 측면에서도 동성동본금혼 규정이 불합리한 것임을 두 도표를 활용하여 밝히시오.(400자 이내)

3. 논제 1과 2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문 (다)를 읽고 바람직한 성(姓) 표시 방법에 대하여 서술하시오.(600자 이내)

(가) 우리나라는 가부장 중심의 대가족을 당연시하고 부계 혈통을 중시해 왔다. 요즘 부모의 성(姓)을 모두 쓰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대부분은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 전통적으로 부계 조상을 집안의 뿌리로 삼아 부자간에 혈통을 계승하고 이를 통해 집안이 지속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조선 후기 이후 외손봉사(外孫奉祀)를 꺼리게 됨에 따라, 아들이 없는 집안에서는 딸이 있어도 가까운 동성(同姓)의 남자를 양자로 삼았을 정도로 부계 혈통주의가 오늘날에도 확고히 확립되어 있다.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는 사회 활동에서의 남녀 차별, 육아에 대한 부부간의 불평등한 분담, 더 나아가서는 능력보다 외모에 의한 여성 평가, 남아 선호, 장자 우대 등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낳고 있다. 조상과 후손의 연결 고리로서 조상 섬김의 대표적 행사인 제사도 부계 혈통과 남성 위주의 행사로 치러진다.

<사회·문화> 교과서, <전통윤리> 교과서

(나)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남녀평등의 관념이 정착된 현대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타당성 내지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이념, 그리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유지라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혼인을 제한하는 범위를 동성동본인 혈족, 즉 남계(男系) 혈족에만 한정하여 적용하는 이 금혼 규정은 성별에 따라 차별하는 결과가 되어 헌법의 평등 원칙에도 위반된다.

헌법재판소의 동성동본금혼 규정 헌법 불합치 결정 요지

(다) 동양의 남녀관에 따르면,남녀는 각기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느 한쪽이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평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보완해 주는 관계이다. 서양의 민주주의 사상도 인간의 존엄성 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 질서를 친애와 화합의 가족 질서로, 그리고 신분이나 성에 따라 차별화된 사회 질서를 평등과 조화의 사회 질서로 재창조함으로써 새로운 윤리 체계의 구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전통윤리> 교과서, <윤리와 사상> 교과서


■ 해결 전략

논제에서는 1번 문제에서 제시문과 도표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과 도표에 대한 1차적인 이해는 2번 문제의 분석을 위한 일정한 틀을 제공하는 동시에 3번 문제에서 요구하는 견해 제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3개의 단계로 세분화되지만 전체적인 논리 구조가 문제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논제이다.

제시문 (가)는 부계 혈통을 중시해 온 우리나라는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심화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시문 (나)에서는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동성동본금혼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이다. 한편 제시문 (다)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사상이 공통적으로 평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평등과 조화가 중심이 되는 윤리 체계의 구현을 역설하고 있다.

<도표 1>은 부계혈통과 모계혈통이 모두 표기되어 있는 데 비해 <도표 2>는 부계혈통을 중심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모계혈통에 대해서는 연대와 묘 위치만을 표기했지만,부계혈통에 대해서는 관직까지도 표기함으로써 남성 중심의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1번 문제는 <도표 1>과 <도표 2> 사이에 나타나는 구성원 수의 차이가 의미하는 바와 족보의 작성 목적 차이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먼저 <도표 1>과 <도표 2> 사이에 나타나는 구성원 수 차이는 모계혈통의 표기 여부에서 비롯된 차이다. 2번 문제에선 도표를 활용해 동성동본금혼 규정의 불합리성을 밝혀야 한다. 즉, 모계혈통이 배제된 동성동본금혼 규정은 근친혼에 대한 생물학적 타당성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3번 문제는 논제 1과 2의 내용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성(姓) 표시 방법에 대한 자기 견해를 서술하는 문제다.


■ 자료 검색

부계혈통 문화와 동성동본 금혼


대법 “부모 제사, 협의로 주재자 결정” 아버지 유골을 둘러싼 이복형제간 소송에서 대법원이 본부인 소생의 장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그러나 무조건 장남을 제사 주재자로 보는 기존 판례를 버리고, 앞으로는 자손들이 협의해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20일 최아무개(59)씨가 아버지 유골을 돌려달라며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낸 유체인도 소송에서 최씨의 손을 들어 준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3남3녀를 두었지만 본부인을 떠나 다른 사람과 살림을 차려 이복형제들을 낳았다. ‘새부인’의 자식들이 2006년 숨진 아버지를 공원묘지에 안장하자, 최씨는 “장남이 제사 주재자이므로 유골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관 13명 가운데 다수의견(7명)은 “상속인들의 협의와 무관하게 적장자가 제사를 승계하던 종래의 관습은 적서간에 차별을 두는 것으로 오늘날의 가족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선 협의를 통해 제사 주재자를 정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이, 장남이 없으면 장손이, 아들이 없으면 장녀가 제사 주재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다수의견은 종손이 제사 주재자라는 이전 판례와 별 차이가 없고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의식 변화와도 맞지 않는다”며 협의가 되지 않으면 제사 주재자를 다수결로 결정(박시환·전수안 대법관)하거나 법원이 판단(김영란·김지형 대법관)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2008년 11월20일치

부계혈통 문화는 보존되어야 하는가?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남자는 외도를 하면 “남자니까” 하고 관대하고 남자답다고 하면서도, 여자가 외도를 하면 “여자가 감히!”라고 매도합니다. 아직도 결혼식장에서 신랑은 당당하게 혼자 나오는데 신부만은 꼭 아버지의 손에 붙잡혀 나와 신랑한테 인계되고, 아버지가 없으면 숙부나 오빠라도 붙잡혀서 나가야 안심이 되고 행복해하는 우리의 딸들, 그걸 여성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텐데 아직도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는지요. 이것이 우리가 자랑스럽게 간직한 부계혈통 문화입니다.

폐쇄된 주체성이 강조되다 보면 객관성이 결여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와 문화가 변해가고 있는데 전통적인 생각만 고집한다면 우리는 도태되기 쉽습니다. 조상이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말하는 조상이란 아버지 쪽만을 의미하지요. 그리고 그 조상의 가장 위에 있는 분을 시조라고 말하지요. 어머니는 나의 핏줄이 아닌가요? 다시 말해서 나는 아버지의 핏줄만 이어받았는가요? 부모 양쪽 모두에게서 핏줄을 이어받았다면 다시 말해서 양계혈통(兩系血統)의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10대조나 20대조의 조상이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의 시조라는 사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는 그런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남성 지배구조에서 어쩔 수 없이 모른 척했다고 치더라도, 오늘에 이르러서도 나의 어머니는 혈족이 아니고 아버지뿐이라고 강변할 수 있는지요. 아니면 어머니가 혈족이라는 것과 나의 조상은 기본 개념이 다른 것인가요? 아직도 아버지만이 혈족이고 어머니는 혈족이 아닌 것이 우리 문화선진국의 공준인가요. 그래서 동성동본금혼 폐지를 마치 동성동본 통혼의 자유라고 왜곡해서 근친혼 자유처럼 비약하고, 마침내 금수(禽獸)와 같다는 말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1997년 7월16일 ‘헌재 결정문’의 단순위헌 의견의 일부를 다시 한 번 옮겨 봅니다. “우리 민법을 보면 동성동본 금혼을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계와 모계의 최소한 8촌 이내의 혈족이거나 혈족이었던 자 및 8촌 이내의 인척이거나 인척이었던 자 사이의 혼인은 모두 무효로 하거나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 정도의 규제로도 우생학으로 문제되는 근친혼의 범위는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를 참고하시고,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다른 여러분들의 견해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모든 의견 차이는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토론에 의해서 좁혀질 수 있고, 또한 서로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주관적이고 편협해질 수 있는 자신의 견해가 수정될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봅니다. -<오마이뉴스>, 2003년 2월5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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