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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서울대 법대를 꿈꾸었지만 수능 점수가 약간 부족했던 문승기 군은 논술이라는 해결사를 잘 활용해서 가뿐히 입학에 성공했다. 사진=유승현 기자/blog.veritas-a.com/isphoto |
문승기군 "책읽고 사고하는 습관 위력… 한달반 집중력으로 성공"
까놓고 얘기해서 서울대를 노리는 최상위권 수험생에게 국영수 공부법을 논하는 건 어쩌면 시간 낭비다. 그렇다면 서울대 안정권에는 못 미치지만 그 언저리에 있는 수험생들이 경쟁자를 제치고 목표에 안착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정답은 입시전형을 잘 꿰뚫고 대다수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집중 공략하는 것. 많은 학생들이 까다롭게 생각하는 논술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중이 아무리 낮더라도, 논술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입시전형의 중요한 요소이니 말이다.
수능에서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학생에겐 점수를 만회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서울대 법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문승기(22) 군 역시 수능에서 평소 실력발휘를 못했지만, 논술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한 케이스다. 다소 부족한 수능점수의 위기를 논술이라는 기회로 잘 활용한 그를 만나 알토란 같은 논술비법을 전수받았다.
조금 늦게 도착한 인터뷰 약속 장소.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있는 문승기 군이 있었다. 지금은 사법시험 준비를 하느라 예전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지만, 과연 듣던 대로 ‘독서광-논술짱’의 포스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문군은 중학교 시절에는 한 달에 20권 이상의 책을, 공부하느라 바쁜 고등학교 시절에도 일주일에 한 권 이상은 꾸준히 읽었다고 한다.
“엄마가 책을 좋아하세요. TV를 보는 일은 거의 없고, 항상 책이나 신문을 끼고 사시죠.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광팬이세요. 제가 초등학교 때 그 분이 부산에 오셨었는데, 어린 저를 데리고 팬 사인회에 달려가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아왔을 정도에요. 그 때 좋아하던 엄마의 모습과 그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물론 아빠가 계시지 않을 때에만 해당되는 말이지만, 덕분에 문군의 집은 자연스럽게 책 읽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화장품 사는 돈은 아까워도 책 사는 데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던 문군의 어머니는 신문도 꼼꼼하게 읽는 덕분에 문군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이다. 논술을 준비할 때 엄마의 손을 거친 신문 스크랩 자료만 해도 책 몇 권 분량이 될 정도라니, 문군이 논술을 잘하게 된 첫 번째 비결은 바로 글 읽기를 좋아하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대 법대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어요. 판사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수능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와서 논술에 목숨을 걸었죠. 다행히 글을 읽는 것과 쓰는 것을 모두 좋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과는 예상적중. 사실 문군의 수능 성적은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기에 10점 정도 모자란 수준이었지만, 논술 점수를 높게 받은 덕분에 가볍게 입학할 수 있었다. 물론 터무니없이 낮은 성적에 논술 하나만 잘 봐서 들어갔다는 말이 아니다. 평소에도 공부는 곧잘 했다. 서울대 입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전 과목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보이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수능성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낮게 나왔다.
경쟁이 치열한지라 수능점수 1점도 아쉬울 판에 10점은 타격이 컸다. 그렇다고 서울대 법대라는 명확한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좌절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 결과, 문군은 논술이라는 희망의 열쇠를 찾았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쌓은 독서 내공에 수능 점수에 대한 불안함이 집중력을 만들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한 달 반 정도의 시간, 본격적인 논술 대비 기간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문군에게는 어려서부터 꾸준하게 쌓아온 내공이 한 가지 더 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꾸준하게 다닌 한우리 독서클럽에서의 시간이 그것이다. 친구 엄마의 소개로 시작했는데, 그때 글을 쓰는 기본적인 틀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어차피 글 쓰는 것은 저의 몫이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는 방법은 한우리 독서클럽에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논술이라는 것이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과목이니까요.” 한 달에 2번씩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훈련을 고등학교 시절 내내 한 셈이다. 매주 주말이나 평일에 시간을 내서 독서클럽을 찾았다.
한우리에서의 수업은 첨삭으로 이루어졌다. 지문을 읽고 거기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해보는 것이다. 선생님이 답안을 제시해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글을 구성해서 작성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훈련이 위주다. 분야별로 마련된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친구들과 함께 글을 작성해서 서로의 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도 좋았다.
“이른바 거울효과예요. 자기 글만 보면 발전이 없잖아요. 자기의 실수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명확하게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친구들의 글을 볼 때는 대충 보지 말고 차근차근 꼼꼼하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친구는 사고의 전개를 이런 식으로 했구나’ 하는 것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글쓰기 접근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글이 있으면 따라 써보기도 하고, 가끔은 인용구를 외우기도 하면서 글에 접근하는 테크닉을 익혀 나갔다.
부산이 고향인 문군은 수능이 끝난 후 한 달 반 정도 동안 서울에서 논술학원을 다니며 승부수를 띄웠다. 부산에서 다녔던 곳과 가장 두드러지게 달랐던 것은 학생들의 수준. “다들 수준이 높더라고요. 생각보다 체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어서 놀랐어요. 덕분에 자극을 받아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논술 훈련을 잘 할 수 있었어요.”
학원 커리큘럼이나 수업방식은 부산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고 한다. 당시 학원은 정원이 10~11명 정도로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문군은 간판을 따지기 보다는 내실이 있는 곳인지를 먼저 따졌다. 수준이 비슷한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던 문군은, 스터디를 하기에 좋은 환경인지도 체크했다. 논술에만 매진하던 당시에는 매일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논술은 타산지석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분야에요. 서울에서는 친구들의 수준이 높아서 배울 점도 많았어요.” 친구가 어떤 말을 인용을 하고, 생각의 전개를 펼쳐나가는지 잘 분석해야 한다. 같은 책을 읽고 책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논지의 폭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들 논술은 비중이 낮아서 나중에 준비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비중이 어찌되었든 실질반영률이 있기 때문에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똑똑한 수험생의 덕목이다. 어차피 지원자들의 수준은 비슷하니까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만약 성적이 똑같다면 논술 성적이 좋은 학생이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말이다.
“어려운 책만 선호할 필요는 없어요. 쉬운 동화책에서도 참신한 내용을 이끌어낼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평소에 훈련을 많이 해야 하죠.” 문군이 실제 논술에서 활용한 것은 <어린왕자>다. 계층 간의 갈등, 자본주의 등 다양한 개념을 추론할 수 있겠다 싶어서 미리 <어린왕자>의 내용을 통째로 머릿속에 넣어두었다가 그것을 활용했다.
경쟁의 공정성과 결과의 정당성에 대해 논하라는 논제였는데, 문군은 정당한 경쟁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결론을 내린 후 장 피에르 다비드가 쓴 <다시 만난 어린왕자>의 내용을 인용했다. 붉은 색 꽃만 총을 쏘아대는 초록 사나이를 예로 들며 우리 사회에 횡행하는 색깔론을 빗대면서, 이런 감정적인 편 가르기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일관된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글을 전개했다.
책을 읽을 때나 밥을 먹을 때도 논술과 접목해서 사고하는 습관을 들인 덕에 긴장되고 짧은 논술시험 시간에도 실력을 백분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평소에 논술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좋은 글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문군의 생각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아무리 평소에 지식을 많이 익혀두어도 글을 쓰면서 이것을 잘 조합하는 것은 100% 학생의 몫이다. 그런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문군은 주제별로 스타일북을 하나씩 정해두는 방법을 권했다. “주제별로 하나씩 책을 정해두고 그것 하나만 적극 공략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를테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독파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민주주의와 독재정치, 영웅주의, 시민의식, 부조리 등과 연결을 지어 생각하는 식으로요.”
논술에 도움이 되는 것은 비단 책뿐만이 아니다. 수업시간에 보는 교과서 내용도 기본 상식을 쌓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사회탐구 과목들은 사전지식으로 활용하기에 유용한 과목이다. 지식에 창의력을 더하는 기술을 쌓으면 논술은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문군의 생각. 신문을 볼 때는 사설을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봐야 한다. 필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색깔만 가지지 않기 위해서 다양한 매체를 보며 다양한 시각을 익히기 위해서 노력했다.
과학동아와 지금은 없어진 틴뉴스는 문군이 학창시절 빠뜨리지 않고 챙겨보던 잡지다. 매달 새로운 아이템이 들어있는 월간지야말로 다양한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대상. 호흡이 긴 글은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되는지 익히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문군은 논술을 위해서는 글을 쓰기 위한 기본적인 틀을 익히고 책을 읽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쓰기의 틀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니 처음부터 貪綬?해버리는 태도는 버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베리타스 알파=임언영 기자 www.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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