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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로스쿨 합격 직장인 출신 3인 "청춘을 재평가받은 느낌…"

설경. 2008. 12. 9. 19:40

직장인 출신으로 서울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성수현(왼쪽부터),유경원,고상록씨가 활짝 웃고 있다.

"경력 살려 새영역 개척할 것"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에서 배운 것을 통째로 평가받은 느낌입니다. "

7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합격의 영광을 안은 직장인 출신 3명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리트(법학적성시험),학점,영어 등 점수만이 아니라 소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생을 선발한 만큼 학교를 믿고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기자가 만난 합격의 주인공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국내 S대기업에 근무 중인 고상록씨(30)와 국내 빅4 회계법인의 경력 4년차 회계사인 성수현씨(27ㆍ서울대 통계학과ㆍ경제학 복수전공),외국계 투자은행 출신의 유경원씨(27ㆍ미국 브라운대 응용수학과ㆍ경제학과) 등 3명.아직도 합격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이들은 "금융,기업,조세 등 전문 분야의 경력을 살려 그동안 사시 출신 변호사들이 뚫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는 당당한 포부를 내비쳤다.

공대 출신(경영학 복수전공)으로 대기업 해외영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고씨는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국제 무역을 직접 다루면서 '게임의 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한국이 미국 등 통상 강대국에 맞설 수 있도록 '통상무역 전문' 법률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회계법인에 몸담고 있는 성씨는 '조세 전문 변호사'가 꿈이다. "실제 변호사와 같이 일하고 세법 등을 직접 다루다보니 대학시절 관심없던 법 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국내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많지 않다"며 "개척할 여지가 많은 새로운 영역"이라고 말해 벌써부터 강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외국계 투자은행에 근무했던 유씨는 "한국 기업법 분야의 전문화에 일조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는 "특히 법률 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합격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공들인 '자기소개서'가 주효했다고 입을 모았다. 고씨는 지난 8월 리트 시험이 끝나고 거의 한달 동안 자기소개서 작성에만 몰두했다. 그는 "새벽 3시까지 고민하다 잠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한 일을 어떻게 면접관들에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이들의 리트 점수는 120~140점(총점)으로 상위 5% 안에 든다. 학부 학점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은 로스쿨은 '반짝 공부'로 합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씨와 유씨는 지난 몇년간 야학 등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유씨는 2005년 미국을 강타한 카트리나로 쑥대밭이 된 뉴올리언스에 직접 가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결국 서울대 법대가 지난 4월 입학설명회에서 밝혔듯이 리트,학점,영어 등 한가지 점수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생을 선발한다는 설명이 옳았다는 게 이들의 경험이다.

이들은 내년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경우 인터넷에 난무하는 온갖 '카더라 통신'에 흔들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성씨는 "학교를 믿으라"며 "스스로 소신을 갖고 학교의 방침에 따라 흔들림없이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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