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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사교육? 무조건 특목고? <br>주변의 유혹에 휘둘리지 마세요

설경. 2008. 12. 25. 18:37

[한겨레] 커버스토리

학부모들의 심리를 절묘하게 파고드는 ‘설’들이 있다. 그런데 자칫 새겨듣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허용할 수 없는 자식농사에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나중에 자식들에게 원망 듣고 싶지 않다면 빚을 내더라도 사교육은 시켜야 한다? ‘늙어서 자식들의 원망’이란 말처럼 부모를 두렵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특히 살림살이가 늘 빠듯한 부모들에게 이 말은 일침을 놓는다. 누가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교육비 지출의 기준을 크게 왜곡시킨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학원 쇼핑’이 자녀를 위한 최선의 도리인 양 착각하는 부모가 이런 논리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자녀의 감정과 인격을 존중하는 부모들은 사교육에 대해서도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녀와 합의한 범위에서 꼭 필요한 만큼만 사교육을 시킨다. 사교육을 주체적으로 활용하거나, 처음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학생들은 성적이 월등히 우수하며 부모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떨어지더라도 남는 게 많은 장사니까 특목고 준비는 할 수 있는 한 일찍 시켜야 한다? 특목고 입시를 통해 크게 성공한 사교육 관계자들의 책에서 비롯된 ‘설’인데 그 파급효과는 정말 엄청났다. 자녀의 성적이 중상위권 정도에 머무는 부모들까지 특목고 입시 대열로 끌어들인 절묘한 논리다. ‘서울대는 그렇지만 연고대는 중간만 해도 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 어지간해서는 특목고 광풍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화려한 특목고 신화보다 자녀의 판단과 선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은 ‘설’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엘리트 코스를 좇기보다 ‘마이 웨이’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한다. 필자는 특목고가 아닌 다른 경로를 선택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를 무수히 목격했다.

엄마의 정보력이 없으면 명문대 못간다? ‘대치동 엄마’에 대한 신화를 낳은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설’이다.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을 시도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평범한 ‘아줌마’들을 열패감에 몰아넣는 논리다. 직장맘들은 정보공유 모임에 낄 수 없다는 말까지 들으면 자녀 교육의 실패는 온전히 ‘무능한 엄마’ 탓이 된다. 단언컨대 대치동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해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특히 입시정보와 관련해서는 대학 누리집(홈페이지)이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믿는 것이 상책이다.

‘맹목적인 사교육 시키기’, ‘비정상적인 특목고 열풍’, ‘막연한 정보 박탈감’에서 일단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아픈 구석을 찌르는 ‘설’에서 일단 벗어나 가정에서 자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 지혜를 모을 수만 있다면 개천에서 나는 용을 언제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재원/비유와상징 공부연구소 소장(<학원설명회 절대로 가지 마라>, <대한민국은 사교육에 속고 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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