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현대인들의 바쁜 삶 대안을 구하라

설경. 2009. 1. 14. 23:52

[한겨레] 우리말 논술

과목별 논술교과서 / 2. 국어 교과서로 논술 접근하기

논점 2. <남으로 창을 내겠소>를 통해 본 인생관 [난이도 수준-중2~고1]

■ 교과서 읽기

1. 시 전문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 상 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오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2. 작품 이해의 실마리

이 작품은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작자의 소박한 소망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평이한 시어로 전원생활을 표현하면서 달관한 경지의 인생관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남’(南)이라는 방위가 주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와 함께 잘 나타나 있는 이 시는 시인의 개인적인 소망으로도 볼 수 있지만, 1930년대의 시대적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품 자체의 내적 의미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면, 전 3연의 간결한 형식과 밝은 시어, 민요조의 단순하고 소박한 가락에 주목할 수 있고, 주제에 중점을 둔다면 남에게 굳이 강요하지 않는, 전원생활에 대한 시적 화자의 마음가짐에 주목할 수 있다.

시 안에서는 특히 마지막 연의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부분을 이백(李白)의 시 <산중문답>(山中問答)의 둘째 구절 ‘笑而不答心自閑’과 함께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시를 논술에서 다룬다면 작가의 삶에 대한 자세에 중점을 둘 만하다. 지금까지 문명을 일군 세계의 가치관이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면 이 시에 나타난 가치관은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는 현대인들의 여유 없는 삶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도 있으며, 끝없이 과학 문명의 발달만을 추구해 온 현대 사회의 여러 폐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


■ 교과 심화

작품의 심화 감상

창을 남쪽으로 내겠다는 제목부터가 생활의 건강하고 낙천적인 면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에 대한 굳은 신념을 나타내면서도, 역설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제2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학과 더불어 매우 시다운 표현을 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시의 특별한 매력이다.

마지막 연은 의미의 함축성과 표현의 간결성 및 탄력성을 잘 간직하고 있다. 도회 생활의 공허한 삶은 생각지도 않고 무슨 재미로 전원에 파묻혀 사느냐고 질문하는 친구에게 만족한 대답을 주려면 한 권의 책을 써도 모자랄지 모른다. 그것을 시는 ‘웃지요’라는 단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회의, 번민, 사색, 해답, 결심이 하나로 압축된 자신의 생활관을 실증하는 웃음인지 모른다.

- 김현승, <한국 현대시 해설>

관련 교과 탐구(삶에 대한 현대인의 자세)

물질적 풍요와 쾌락이 반드시 인간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한 대학이 1998년에 54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타난 행복지수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조사에 의하면, 경제 후진국으로 알려진 방글라데시가 1위를 차지하는 등 가난한 나라가 상위권에 속한 반면, 우리나라는 중위권을 유지하였으며,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러한 결과는 행복의 결정 요인이 물질적이고 쾌락적인 삶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이웃과의 끈끈한 인간관계, 또 사람과 자연 사이의 친근한 관계임을 잘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물질을 지배하지 못하고, 오히려 물질에 의해 지배받는 측면이 강하다. 우리는 물질적 쾌락을 넘어 인간에게 고유한 심미적·정신적 만족감을 추구해야 한다. - 고등학교 <도덕>


■ 논제 해결

자본주의 경제논리와 대안적 세계관

다음 제시문을 읽고, (가)에 나타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나)를 참고하여 서술하시오.(경기대 논술 변형)

(가) 5천만년 동안 천적이 거의 없이 대양을 유유히 헤엄치던 고래가 불과 300여년 만에 멸종위기에 몰린 과정은 인간이 환경을 대하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사학자 맥닐은 <20세기 환경의 역사>에서 경제논리가 어떻게 고래의 몰락을 불렀는지 개괄했다.

애초 인간을 천적으로 여기지 않던 고래에게 이런 포경도 치명적이었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포경선단은 1610~1840년 북극해 일대의 고래 무리를 거의 멸종 단계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포경선단도 1820~1860년 태평양 곳곳을 누비며 향유고래, 참고래 등의 씨를 말렸다. 20세기 초에 포경업은 사양산업이 돼 버린다.

포경업계는 이 난국을 기술 개발로 돌파했다. 노르웨이는 작살포를 개발해 빠르게 헤엄치고 죽으면 가라앉는 대왕고래, 긴수염고래 등 대형 수염고래를 새로운 사냥감에 올려놓았다. 포경산업은 다시 융성했고 1940년대까지 독일, 일본, 소련 등이 고래잡이에 뛰어들었다. 19세기 동안 가로등 기름을 제공해 런던, 파리 등 세계적 대도시의 밤을 밝히던 고래는 이제 마가린, 화약 등의 원료로 널리 쓰였다. 맥닐은 이 책에서 고래를 멸종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경제논리라고 밝혔다. 번식 속도가 느린 고래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되도록 빨리 잡아서 얻은 수익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란 것이다. 삐걱거리는 세계경제가 얻어야 할 교훈의 하나도 자연을 대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합리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 <한겨레> 2009년 1월 5일치

(나) 김상용 시인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전문

- 고등학교 <문학>

⊙ 해결 방향

제시문 (가)는 현대의 경제 논리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에 대한 기사다. 특별히 이론적 토대가 갖춰지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제시문 (나)는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화자의 소박한 소망이 잘 나타난 시다. 제시문 (가)에 나타난 자연에 대한 태도와는 상반된 것으로 여기서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발상을 하면 된다. 논제 자체가 긴 글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논지를 전개하기보다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 논리가 가져온 폐해를 예를 통해 간단히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시에 나타난 세계관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견해를 서술하면 된다.

⊙ 자료 검색

김상용(金尙鎔,1902~1951) 주로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삶을 시를 통하여 표출한 시인으로 호는 월파(月波)다. 그는 1930년 <동아일보>에 시 ‘무상’(無常), ‘그러나 거문고의 줄은 없고나’를 발표해 문단에 나왔다. 그는 전원적 삶을 대상으로 ‘나’와 ‘자연’의 화해, 자연의 품에 안긴 삶을 지향했다. 대표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서는 자연 속에 묻혀 살면서 그 속에서 인생을 관조하는 경지를 보여주었다. 신석정·김동명과 함께 3대 ‘전원파’ 시인으로 불렸다. 1939년 첫 시집 <망향>을 펴냈고, 죽고 난 뒤 <남으로 창을 내겠소>(1986) 등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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