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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서 자율고 된 용인외고

설경. 2014. 3. 5. 22:38

 

용인시 모현면에 있는 학교 가보니
전국 모집 자율형사립고 중 입학 경쟁률 1위
방과후 수업 100여 개 사교육 대체 효과
많게는 6~7개 동아리 활동 통해 진로 구체화

 

이치원양이 영어와 중국어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용인외고 학생은 누구나 2개 외국어를 구사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영어·중국어 칠판 앞에선 이양의 모습을 합성했다.


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이하 용인외고)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서울 강변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을 달렸고, 차에서 내린 뒤 30분 넘게 걸어야 했다. 캠퍼스가 도심이 아닌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학교 주변엔 유흥가나 PC방 등 학생을 유혹하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글=전민희 기자 , 사진=김경록 기자

 

① 2인 1실 기숙사에서 자율학습 중인 학생들. ② 방과후 수업에 있는 배드민턴 등 체육 과목을 통해 체력을 키운다. ③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학교 주최 생일파티. ④ 용인외고 피오니어홀(Pioneer Hall) 전경. [사진 용인외고]
용인외고는 겉과 속이 다른 학교다. 이름은 외고인데 학교는 전국단위 모집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율고)다. 개교 5년 만인 2010년 외고에서 자율고로 전환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 외고 입시 개선안’을 확정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당시 정부는 외고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같은 지역 내에서 영어 내신 성적으로만 학생을 모집하고, 고교생이 이수해야 하는 전체 180단위 중 80단위 이상을 제2외국어 학습으로 편성해야 했다. 명문대 진학의 통로가 아니라 어학 인재 양성이라는 외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학교 입장에선 우수한 학생을 뽑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다. 김성기 교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 자율고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자율고는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고, 외고에 비해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전환 초반에는 잡음이 많았다. 강남 학부모 사이에선 “용인외고 신입생 350명 중 50명 넘게 전학을 갔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 2013학년도 자율고 경쟁률이 이를 뒷받침한다. 350명 모집에 지원자 1106명이 몰렸다. 전체 경쟁률 3.16대 1로, 민사고·하나고·인천하늘고 등 10개 전국단위 모집 자율고 중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안심하긴 이르다”고 애써 몸을 낮췄다. 자율고 전환 후 첫 신입생인 7기생이 수능을 치르는 올해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야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용인외고 교육철학의 핵심은 글로벌 리더 양성이다. 대부분의 명문 자율고도 내세우는 뻔한 교육철학이다. 하지만 용인외고는 조금 다르다. 글로벌 리더의 주요 조건 중 하나인 외국어 능력을 용인외고만큼 제대로 키워줄 수 있는 자율고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용인외고엔 크게 세 가지 인문·사회, 자연·과학, 국제 과정이 있다. 그중 인문·사회 과정 학생은 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독일어 중에서 선택한다. 자연·과학 과정은 중국어·일본어·독일어, 국제 과정은 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일본어 중 배우고 싶은 언어를 고르면 된다. 다른 고등학교 제2외국어 수업과의 가장 큰 차이는 외국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다. 3학년 이치원(18·자연 과정)양은 “자연·과학 과정은 제2외국어를 1학년 때만 배운다”며 “그런데도 중국 사람과 기본적인 대화는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라고 중국어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규수업 외에도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방과후 수업인 ET(Elective Tracks)와 동아리 활동 시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외국어 관련 ET는 18과목이었다. 수능 대비용 중국어·독일어 강좌는 물론 중국어능력인증시험(HSK)이나 프랑스어능력인증시험(DELF) 대비 시간도 있다. 프랑스어를 선택한 임익현(18·인문 과정)군은 ET에서 ‘DELF B1 인터뷰 준비’를 수강하고, 프랑스어 동아리 활동을 한다. ET는 물론 정규 수업 시간에도 영화·뮤지컬 등을 보거나 샹송을 들으며 회화 실력과 문화를 동시에 배운다. 임군은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의 모티브가 된 프랑스 소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가 시험범위로 나온 적도 있다”며 “언어를 넘어 한 나라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ET는 외국어 수업 외 100여 개 강좌가 있다.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수능 주요 과목은 물론 ‘인문사회 계열 입학사정관제 수시합격 전략’ 같은 진학지도 강좌까지 다양하다. 국제 과정 학생들은 정규 수업만으로 부족한 미국대학수능시험(SAT·Scholastic Aptitude Test)과 대학과정선이수제(AP·Advanced Placement) 준비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한다. KDI경제경시대회, 철학올림피아드 등 각종 경시대회 대비도 가능하다. 임군은 고3이 되기 직전 겨울방학에 학교에 남아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어차피 우리 학교 선생님만큼 가르칠 수 있는 사교육 강사가 많지 않다”며 “선생님들이 내신 시험 문제까지 출제하니 교사에게 배우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인기가 높은 몇몇 과목은 경쟁률이 높아 수강하기 어렵다. 박기정(18·국제 과정)양은 지난해 미적분학(calculus)을 신청하지 못해 당황했다. 50명 정원인데, 홈페이지에서 수강신청이 시작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마감됐기 때문이다. 박양은 “다행히 담당 교사가 100명 넘게 들어갈 수 있는 시청각실에서 수업을 진행해 청강할 수 있었다”며 “우리 학교 선생님들 수준은 대치동 유명 강사 못지않다”고 말했다. ET가 수업 시간에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심화학습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면 PBLC(Project Based Learning Course)는 학생들 스스로 탐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간이다. 1학년과 2학년 국제과정만 참여할 수 있으며, ‘라틴어를 통한 영어 어휘 분석’ ‘미디어를 활용한 비판적 사고력 신장’ ‘해킹’ 등의 수업이 이뤄진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주제에 대해 토론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토론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양은 ‘수학문제 해결 전략’ 수업을 통해 사교육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차에 통과했다. 이양은 “교재가 너무 어려워 처음에는 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며 “친구랑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보니 조금씩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런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도 생기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올해 면접 문항이 궁금하시면 찍어보세요 2013학년도 용인외고 입시에 제시된 각 과정별 면접 문항이 궁금하시면 왼쪽 QR코드를 찍어 보세요.

 

ET와 PBLC가 학습적인 프로그램이라면 동아리 활동은 학업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이자 진로를 찾는 창구다. 용인외고 학생은 적게는 2~3개, 많게는 6~7개의 동아리 활동을 동시에 한다. 공연·스포츠·학술·봉사 등의 네 가지 분야로 나누어진 동아리는 200여 개가 넘는다. 박양은 현재 ‘노이즈’라는 밴드부에서 드럼을 치고 있고, 라틴어연구회·라크로스·이코노미아·스페니시 어너 소사이어티 등 5개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새로운 동아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새로운 진로를 발견하고 꿈을 구체화할 수 있다. 박양은 북한인권동아리 ATB(Across The Border)에서 활동하면서 ‘인권운동가’라는 꿈을 찾았다. “처음 그들 얘기를 들었을 때는 안타깝다는 마음뿐이었어요. 하지만 ATB 활동을 통해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탈북 고아 입양법으로 본 북한 인권’과 관련한 협회와 기관을 방문하면서 인권운동가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없었다면 제 진로를 찾지 못했겠죠.”


재학생이 말하는 용인외고

Q. 국제·인문·자연 등 과정별로 특징이 다른가.

A. 그렇다. 국제과정은 내신 시험이 절대평가라 인문·자연과정보다 내신 경쟁에서 자유롭다. 대신 각종 대회에 참여하거나 인턴십 활동을 통해 비교과 스펙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인문·자연과정은 상대평가라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꼭 서로를 경쟁자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한 배를 탄 동료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Q. 믿기 어려운데.

A.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줄리어드음대 예비학교에 합격했던 학생이 있는가하면, 전국 디베이트(토론) 챔피언이나 중학교 때 영어책 2000권 이상 읽었다는 영어 천재 등 쟁쟁한 학생이 가득했다. 입학 초반 적응하기 어려웠다. 우수한 학생들을 경쟁자로만 봤던 거다. 하지만 이제 각자의 장점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웠다. 시험 기간이 되면 수업 내용을 요약해주거나 노트를 빌려주며 서로 돕는다.

Q. 외고에서 자율고로 바뀌었으니 바로 위 외고 선배와 교류가 적겠다.

A. 아니다. 1학년 1학기 초에 번팅(번호+미팅의 준말)을 통해 선배를 사귄다. 1학년 8반 학생 전체가 전년도 1학년 8반이었던 선배와 제비뽑기를 통해 짝을 만든다. 학교 생활 멘토가 생기는 거다. 특히 국제과정은 해외 대학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려운데, 번팅 선배가 해외 대학 자료를 전부 다 물려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Q. 과정별 경쟁률이 다르다. 경쟁률이 낮은 과정으로 입학해 전과하는 사람은 없나.

A. 불가능하진 않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계열 간 일대일로만 맞바꿀 수 있다. 인문과정에서 자연과정으로 옮기고 싶으면 자연과정에서 인문과정으로 변경하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전과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Q. 기숙사 시설은 어떤가.

A. 2인 1실이고, 방마다 화장실이 있다. 여학생은 아침마다 자기 방 앞에서 인원 체크를 하고, 남학생은 기숙사 1층 로비에 모인다. 아침 점호에 20회 이상 지각하면 일주일 동안 강제 퇴실당한다. 집에서 등·하교 하거나 학교 앞에 방을 구해야 한다.

Q. 룸메이트를 잘 만나야겠다.

A. 한 학기에 한 번씩 정한다. 1학년 1학기 때는 가나다순으로 정했다. 1학년 2학기~2학년 2학기까지는 타입별로 나눈다. 3학년 때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1년 동안 같은 방을 쓸 수 있는 특권을 준다.

Q.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때일 텐데.

A. 이성 교제를 포함해 술·담배·절도·폭행이 퇴학당하는 5가지 금지 사항이다. 하지만 이성 교제는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학교 측에서 눈감아 준다. 하지만 학교에서 넘어가는 건 ‘교제’까지다. 실제로 다른 사람 없는 빈 공간에 남녀 학생이 같이 있거나 상대방 기숙사에 몰래 들어가면 바로 퇴학이다

Q. 급식은 어떤지.

A. 아침·점심·저녁에다 간식까지 푸짐하다. 불고기볶음우동·유부초밥·김말이튀김·락교오이초무침·포기김치·과일·주스·수제쿠키·모차렐라치즈샐러드가 한 끼 메뉴다. 간식은 호박죽·떡볶이·케이크 등 성장기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번갈아 나온다.


용인외고 신입생 이렇게 뽑아요
수학 내신 좋으면 유리


“21세기가 원하는 글로벌 리더는 융합형 인재입니다. 용인외고가 원하는 학생도 자연·과학·인문·사회·국제적 성향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죠.”

 최종우(사진) 용인외고 입학홍보부장의 말이다. 2013학년도 면접 때 나온 질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자연·과학과정 공통 질문 1번은 ‘자연과정에서 인문사회 과목을 배워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입학 후 본인이 배우고 싶은 인문사회 과목 두 과목을 선택한 뒤 그 이유를 말하시오’였다. 최 교사는 “열린 사고와 다양성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류·면접을 통해 이런 학생을 뽑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용인외고의 신입생 선발 인원은 350명. 전국 단위(245명)와 용인시 지역균형(105명)으로 나눠 뽑는다. 전국 단위 선발은 또다시 일반전형과 학습기회균등으로, 그리고 지역균형 선발은 일반전형·학교장추천·학습기회균등으로 나뉜다. 시험은 총 100점 만점이다. 1단계에서는 중학교 2·3학년 내신 성적(50점)과 자기개발계획서를 포함한 서류평가(25점)로 정원의 2배수인 700명을 선발한다. 2단계에서 1단계 점수(75점)와 면접 점수(25점)를 합산해 최종 합격생을 결정한다.

 1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신 성적이다. 용인외고 입학을 원하면 중학교 때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의 5개 주요 과목 성적에서 좋은 점수를 따놔야 한다. 이 5개 과목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이 중요하다. 내신 50점 중 30점은 5개의 지정과목 점수다. 나머지 20점은 선택과목 점수다. 선택과목은 5개 주요 과목 이외의 과목을 선택한다는 게 아니라 5개 과목 중 수학 1과목과 나머지 2과목을 더 고른다. 학생이 원하면 나머지 2과목 중 하나를 또 수학으로 고를 수 있다. 수학을 최대 3번 점수에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학 성적이 우수하면 그만큼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내신 성적은 2학년 1·2학기가 각각 20%, 3학년 1학기와 2학기 중간고사가 각각 30%씩 반영된다. 최 교사는 “합격생 60%가 중학교 내신 상위 5% 이내”라며 “그러나 10~15%까지 합격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서류와 면접에서 역전이 가능하단 얘기다.

 자기개발계획서는 자기주도학습영역·독서영역·인성영역 등을 포함한다. 인문·사회과정, 자연·과학과정, 국제과정으로 나뉘기 때문에 진로를 확실히 정하는 일이 우선이다. 1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평가자의 눈에 띄려면 다른 사람과 차별화한 자신만의 스토리는 필수다. 최 교사는 “자기개발계획서를 쓰기 전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계획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 사례를 들어야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한다”고 알려줬다.

 

 

최종우 용인외고 입학홍보부장

 

면접은 최근 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2013학년도부터는 질문 수준도 껑충 뛰었다. 단순히 자기개발계획서의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면접은 과정별로 하루씩 총 3일간 진행한다. 과정별 공통 문제 4문제가 나온다. 학생은 대기하는 10분 동안 공통 문제를 보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 약 15분에 걸쳐 면접관 3명의 질문에 답한다. 공통 문제 외에 자기개발계획서와 관련한 질의·응답도 3~4개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겐 ‘용인외고가 스펙을 많이 본다’고 알려져 있다. 최 교사는 "사실이 아니다”며 "사교육 업체가 학부모의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ctg=12&Total_ID=10856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