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이도 고등]
교과서 훑어보기
통일 문제에 있어서 남북한의 사회 통합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남북한 간에 예상되는 갈등과 긴장을 줄이면서 남북 통일을 순조롭게 이루고, 더 나아가 통일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진정한 통일은 결코 국토 통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 통합을 이룰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덕>(교육인적자원부) 130쪽
통일 과정 자체가 남북한 사회 구성원들이 어떻게 함께 잘 살아가느냐 하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문화적 통합에는 남북한 주민들 간의 이질화 극복 과정, 즉 기존의 의식과 정서를 통일된 사회 공동체라는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이 포함된다. ―<윤리와 사상>(교육인적자원부) 255쪽
교과서에서 논제 찾기
분단의 시간대가 어느덧 60년을 훌쩍 넘어섰네. 한 민족이 서로 융화되기 어려운 체제와 이념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날카롭게 맞서 온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야. 그런데 통일 문제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이 어떻게 분단되었는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어. 남북 분단은 지리적, 정치적, 민족적 차원의 3단계를 거치면서 고착화되었거든.
먼저, 지리적 분단은 제2차 세계 대전의 전후 처리 과정에서 미국과 소련이 일본군의 무장 해제를 명분으로,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분할 점령한 것을 가리키지. 그러니까 우리 민족의 분단은 기본적으로 일제의 식민 통치와 제2차 세계 대전의 종결 과정에서 나타난 강대국 정치의 산물로 규정할 수 있어.
그러나 분단에 대한 책임을 바깥 세계에만 물을 수는 없어. 민족의 자주 역량이 부족하여 일본에 국권을 빼앗겼고, 이것이 국토 분단의 원인(遠因)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거든. 아울러, 해방 이후에도 정치적 대립으로 분단을 더욱 심화시킨 것이 바로 우리였어. 결국, 한반도는 1948년 남북에 서로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분단으로 굳어지게 되었지.
이처럼 한반도는 외세에 의해 먼저 ‘지리적 분단’이 이루어졌고, 민족 내부의 이견 조정과 노선 통합에 실패함으로써 ‘정치적 분단’으로 이어졌어. 그런데 1950년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남북 분단은 고착화되었지. 다시 말해, 정치적 분단이 동족 상잔의 비극을 치르면서 ‘민족적 분단’으로까지 심화되고 만 거야.
독일 통일이 갑자기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독일 통일은 분단 상황에서도 꾸준히 양독 간 교류와 협력을 늘려간 성과물이라고 보는 것이 옳아. 그런데 서독의 통일 정책의 핵심은, ‘접근을 통한 변화’를 일관성 있게 추구하고 통일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작은 걸음의 정책’에 있었다고 해.
물론 독일과 우리는 달라. 하지만 독일의 사례는 통일의 기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지. 서독은 동독의 체제 전환을 일부러 부추기지 않았어. 서독 정부는 정세 변화를 잘 활용해서 든든한 경제력과 모범적인 민주주의로 동독 인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모범을 창출해 놓고 기다렸을 뿐이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위기 관리 능력을 충분히 갖추면서도 통일의 기회가 오면 이를 살려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거야. 당연히 그것은 우리 체제의 내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어.
따라서 우리는 확고한 통일 철학과 목표를 기반으로 나라 안팎의 여건을 착실하게 만들어 가야 해. 최근, 북한 핵문제로 인해 중단되었던 6자 회담이 다시 열리는 등 우리 주변의 상황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되었어. 하지만, 거칠게 말하자면 주변국들 중 그 누구도 한반도의 실질적인 통일을 원하지 않아. 단지 ‘전쟁이 없는 평화’의 상태만을 원할 뿐이지. 따라서 남과 북이 주체로 나서야만 통일에 대한 불씨를 살릴 수 있어.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보다 많은 교류와 협력’을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아야 해. 이 과정에서 남북의 경제 협력은 필수적이야. 북은 남이 없으면 살 수 없고, 남 또한 북이 큰 도움이 되는 경제적 공생 관계는, 전쟁을 예방하는 평화의 지름길이자 통일의 지름길이야. 제2, 제3의 개성 공단이 만들어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어. 이러한 견고한 남북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이라는 정책 기조가 국제적 지원을 받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야.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통일로 가는 길은 물론 우리의 노력만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야. 북의 호응과 협조도 요구돼. 한반도의 비핵화는 그런 의미에서 중대한 해결 과제이지. 이를 바탕으로 ‘정전 체제’에서 ‘종전 체제’로, 그것이 다시 ‘평화 체제’로 갈 수 있도록, 남은 말할 것도 없고 북 또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취해야 해. 남북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잠시 전쟁을 쉬고 있는 체제’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하거든. 그런데 핵문제가 걸림돌이 되면 되겠어?
통일은 새로운 ‘우리’를 창조하는 과정이야. 통일은 단순히 분단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야. 21세기 지식 정보 사회를 사는 오늘의 시점에서 그러한 복고적 통일은 의미를 상실하였어. 그러므로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과거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역사 창조의 작업이야. 통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민족의 현재적 삶을 미래의 새로운 상황과 접목시키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오는 10월 2일 열리는 남북 정상 회담에 거는 민족적 기대는 매우 커.
박용성 <교과서와 함께 구술 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위 논제와 관련된 기출 문제(1997학년도 서강대 정시 논술 문제)는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기출 문제에 대한 박용성 선생님의 동영상 강의는 전라남도교육정보원(www.jnei.or.kr)에 들어가 ‘인터넷교육방송→고교논술→실전논술’을 검색하면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논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理知논술/이슈&이슈]기독교계의 아랍권 봉사" (0) | 2007.09.11 |
---|---|
이동흔 수학비타민/수리논술은 고정념에서의 이탈이다 (0) | 2007.09.10 |
지조… 선비정신… 21세기형 지식인상은 (0) | 2007.09.10 |
지식인 책무는 진실 말하는 것 (0) | 2007.09.10 |
지식인의 역할은? (0) | 2007.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