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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저마다 보는 눈이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달리 생각하면 사람들에게 하나의 안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식의 주관성을 강조하는 이 말은 다시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이 그러하니 인식의 공통성에 관한 언급이다.
그러므로 남이 나와 다른 판단을 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고, 사람은 모두 주관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똑같으므로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학생들에게 논술문을 써보게 하면 대개 70∼80%가 거의 같은 내용의 글을 쓴다. 세상을 보는 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두고 ‘틀에 박혔다’고 표현한다. 창의적인 논술문 쓰기의 첫째 조건은 ‘틀에 박힌’ 생각을 벗어나 새로운 틀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틀을 벗어나면 틀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건축가가 기존 주택의 틀에 벗어난 집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집이라도 집이라는 틀에는 속해 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집을 보고서 비슷하게 설계해서 지은 집은 어떤가? 그건 틀에 박힌 집인가, 아니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집인가? 물론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이 가진 틀을 못 벗어난 ‘틀에 박힌’ 집이다.
첫 번째 집이 상상력의 결과라면 두 번째 집은 베끼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상력을 키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아무런 바탕이 없이는 상상력도 자라날 수가 없다. 집짓기에 다시 비유해 보자. 새로운 집을 짓는 이유는 그 안에 들어가서 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새로운 집을 설계하고 공사를 진행 중일 때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 그렇다. 바로 헌 집이다. 누군가 미리 지어놓은 그 집에서 살 수밖에 없다.
상상력은 다양한 인문, 사회, 자연과학적 소양에서 움터난다. 물론 기존의 지식을 달달 외우는 방법으로는 상상력도 새로운 틀도 얻을 수 없다. 기존의 지식들을 결합시키고 분리시켜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보라. 마치 호기심 많은 아이가 블록으로 이것저것을 만들어 보듯이. 그런 과정에서 상상력은 조금씩 자라나고 자기만의 안경을 얻어서 세상을 좀더 또렷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재연 두산에듀클럽 논술 강사 탑논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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