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사설] 종교적 병역기피자 대체복무는 국민 뜻 따라서

설경. 2007. 9. 20. 00:44
국방부가 종교적 이유로 入營입영을 기피하는 兵役병역 거부자에게 代替대체 복무를 허용키로 하고 내년 중에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공계 인력과 해외파견 요원에게만 시키던 대체 복무를 종교적 병역기피자에게도 허용하되 정신병원, 노인요양소처럼 일이 고된 복지시설에서 현역 복무 24개월보다 긴 36개월을 복무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매년 700~800명이 종교 때문에 병역기피 前科者전과자가 되는 현실과, 여론조사에서 대체복무 허용에 贊反찬반이 반반씩 나올 만큼 달라진 국민의식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04년 7월 “국방 의무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로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그해 8월 헌법재판소도 ‘양심적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현행 병역법이 合憲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국방부 방침이 전해진 직후 10대, 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상의 여론도 찬성보다 반대가 훨씬 많다고 한다. 법원과 헌재뿐 아니라 국민 다수가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종교를 이유로 대체복무를 인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 때문에 못 가겠다는 사람을 罰벌하듯 억지로 입영시키는 게 軍군 전력에 도움이 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종교적 병역기피로 3600명의 젊은이가 전과자가 됐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도록 방치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영국·독일 등 40여개국이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국제적 추세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논의의 시점과 방법이다. 국방부는 작년 초 民官민관 전문가로 대체복무연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올 3월 보고서조차 만들지 못한 채 뚜렷한 이유 없이 위원회를 해체했다. 국방부가 公論化공론화 기회를 스스로 내던진 뒤 갑자기 대체복무 허용 방침을 밝히니 정부 내 좌파그룹의 압박에 국방부가 굴복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종교적 병역기피자 문제는 국민적 토론의 場장에 올려 국민의 뜻을 물어서 결정해야 한다. 국방부가 누군가에게 쫓기듯 “내년까지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2009년까지 시행하겠다”고 잡은 일정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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