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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예비코스된 생물ㆍ화학과

설경. 2007. 9. 29. 00:03

						
올해 서울 A대학교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박 모씨(23)는 지난달 말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시험을 치렀다.

박씨는 "미술이나 음악을 하는 친구들도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준비를 하는데, 생물 전공자로서 당연한 선택"이라며 "과 동기 가운데 90%는 준비를 하든 관심이 있든 둘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각 대학 생물학ㆍ화학과가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통로로 변질되고 있다.

교육부의 '2005~2007년 의학대학원 합격자 출신학과 현황'에 따르면 생물ㆍ화학 관련 학과 출신이 전체 합격자 가운데 65.9%를 차지했다.

생물이나 화학 분야가 의학의 기초학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다양한 전공자를 뽑아 의학도로 양성한다는 대학원 본래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 "생물학 석사하다가도 나가요"

=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는 학부생뿐만 아니라 석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마저 중도에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빠지는 실정이다. 학부생의 대학원 진학률도 저조하다.

홍승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졸업생 65명 가운데 올해 초에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은 14명에 불과하다"며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가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이 유리한 생물ㆍ화학 관련 학과 입학 경쟁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8학년 대입 수시 2학기 원서접수 결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부(교과성적 우수자전형) 경쟁률은 전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34.29대1을 기록했다.

건국대 화학생물공학부는 51.65대1로 지난해 16.1대1에 비해 경쟁률이 3배 이상 뛰었으며 고려대도 △생명과학부 41.26대1 △생명공학부 42.69대1 △화학과 46.18대1 △화공생명공학과 57.29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 '전략적 육성' 나서는 대학들

=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인기가 관련 학부 인기로 연결되자 대학마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일부 지방대는 의ㆍ치학대학원 열기를 지방대 활성화 기회로 삼고 있다.

순천향대는 우수 신입생을 대상으로 '아너스(Honors) 프로그램'에서 전문대학원 과정을 마련했다.

경북대도 자율전공 자연계열 학생 가운데 60명을 선발해 '프리메드(Pre-med)반'을 운영해 전문대학원 입시 준비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원광대와 성신여대도 학교 차원에서 전문대학원 진학을 돕고 있다.

모집 정원의 최대 25%를 선발하는 지방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의 '본교ㆍ지역 출신자 전형'은 이러한 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편 연세대는 의ㆍ치의학 전문대학원으로 쏠리는 우수한 인력을 생명공학(BT)분야로 끌어오기 위해 생물학ㆍ생화학ㆍ생명공학과를 통합한 '생명시스템대학'을 신설해 내년 1학기 문을 연다.

[이소아 기자 /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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