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범의 거꾸로 공부법/
2009학년도 대입에서 수시전형으로 선발하는 학생 비율이 56%나 된단다. 언론 보도만 보면 많은 학생이 '수시에 목숨 걸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수시전형의 정원이 실제로는 56%에 훨씬 못미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정시전형에서는 한명의 학생이 여러 대학에 중복합격해 미등록 결원이 생기면 정원을 예비합격자로 채운다. 그런데 수시전형에서는 예비합격자 제도가 거의 운용되지 않는다. 중복합격으로 생기는 결원을 정시 정원으로 넘기는 것이다. 게다가 수시전형 선발인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른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받는데, 해당 학생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기준 미달로 불합격처리된다. 이 때문에 생기는 결원도 정시 정원으로 넘어간다. 결국 56%란 '명목 정원'일 뿐이고, 복수합격과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달로 인한 결원이 정시정원으로 넘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수시전형의 '실질 정원'은 40% 안팎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흔히 '수시는 학생부와 논술, 정시는 수능'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시에서도 수능이 상당한 작용을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전형에서 많은 학생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불합격처리되고 있으며, 작년에 연세대ㆍ고려대ㆍ한양대에서는 수시 일반전형 정원의 절반을 '학생부 20%, 논술 80%로 줄세우되 수능 특정영역 상위등급자에 한해 합격시키는' 기묘한 방식(이른바 '수시 우선선발')을 만들어놓기도 했다(올해도 이미 연세대에서는 이런 방식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수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학생들이 수시에 '들이대는' 것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중상위권 이상 대학의 수시 일반전형에서는 논술의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제아무리 '논술 좀 한다' 싶은 학생이라 해도 이를 믿고 수시에 '올인'하는 작전을 짜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수능은 매월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상대적인 성적대를 파악할 수 있지만, 논술은 신뢰도 있는 전국 모의고사가 없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논술에서 어느 정도의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비유하자면 수능은 현찰이고 논술은 주식인데,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할 때 현찰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한 심리 아니겠는가? 불확실성이 큰 논술에 매달리느라 수능 공부를 등한히 했다가 수시전형에서 합격하지 못할 경우, 수능 비중이 큰 정시전형에서 낭패를 볼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아무리 수시 정원이 늘어났다 해도, 수시에서 논술이 중요하다 해도, 수험생은 결국 수능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다만, 내신성적에 비해 수능성적이 많이 뒤떨어지는 학생은 수시의 각종 내신위주 전형(지역균형, 학업우수자, 교과성적우수자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은? '수시에 기대는 하지만 준비는 별로 하지 않는' 작전이 필요하다. 수시 대비에 투입하는 총 시간을 대략 50~100시간 사이로 조절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논술 대비를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강의를 듣기보다는 최근의 기출문제를 분석해 출제수준을 파악하고 대면첨삭을 통해 글쓰기 방법을 가다듬는 데 우선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범 곰TV·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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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수시는 학생부와 논술, 정시는 수능'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시에서도 수능이 상당한 작용을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전형에서 많은 학생들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불합격처리되고 있으며, 작년에 연세대ㆍ고려대ㆍ한양대에서는 수시 일반전형 정원의 절반을 '학생부 20%, 논술 80%로 줄세우되 수능 특정영역 상위등급자에 한해 합격시키는' 기묘한 방식(이른바 '수시 우선선발')을 만들어놓기도 했다(올해도 이미 연세대에서는 이런 방식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수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학생들이 수시에 '들이대는' 것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중상위권 이상 대학의 수시 일반전형에서는 논술의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제아무리 '논술 좀 한다' 싶은 학생이라 해도 이를 믿고 수시에 '올인'하는 작전을 짜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수능은 매월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상대적인 성적대를 파악할 수 있지만, 논술은 신뢰도 있는 전국 모의고사가 없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논술에서 어느 정도의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비유하자면 수능은 현찰이고 논술은 주식인데,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할 때 현찰에 더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한 심리 아니겠는가? 불확실성이 큰 논술에 매달리느라 수능 공부를 등한히 했다가 수시전형에서 합격하지 못할 경우, 수능 비중이 큰 정시전형에서 낭패를 볼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아무리 수시 정원이 늘어났다 해도, 수시에서 논술이 중요하다 해도, 수험생은 결국 수능을 우선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다만, 내신성적에 비해 수능성적이 많이 뒤떨어지는 학생은 수시의 각종 내신위주 전형(지역균형, 학업우수자, 교과성적우수자 등)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은? '수시에 기대는 하지만 준비는 별로 하지 않는' 작전이 필요하다. 수시 대비에 투입하는 총 시간을 대략 50~100시간 사이로 조절해 관리하는 것이 좋다. 논술 대비를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강의를 듣기보다는 최근의 기출문제를 분석해 출제수준을 파악하고 대면첨삭을 통해 글쓰기 방법을 가다듬는 데 우선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범 곰TV·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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