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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이과의 갈림길에서
나처럼 적성이 문과와 이과에 적당히 걸쳐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가혹하다. 아직 멋모르는 고등학교 초년 시절에 문과인지 이과인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중3 때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내심 ‘합격하면 이과, 떨어지면 일반고 가서 문과’라는 식으로 거의 동전던지기 식의 도박을 했는데, 합격하는 바람에 이과생이 되고 말았다.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이 문이과 선택제도가 ‘멸종’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7차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문이과 이분법을 없애고 보다 전문화·세분화된 전공 영역별 과목선택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고교 현실에 걸맞지 않은 이같은 발상은 결국 문이과 구분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5학년도부터 이과생은 수능에서 사회탐구를 치르지 않게 되었고, 문과생은 과학탐구를 치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미적분이 빠져버린 문과생용 수학(수리 나형)을 이과생이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른바 ‘미적분 모르는 공대생’이 양산되는 바람에, 이른바 ‘학력 저하’ 주장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문이과간의 장벽이 더욱 높아진 가운데, 대부분의 인문계 고교생은 여전히 1학년 2학기에 진입하면서 문이과 중 택일할 것을 요구받는다. 현재 문이과 선택비율은 평균적으로 2:1 정도로 문과가 많다. 한때 문과보다 많았던 이과 선택자가 이토록 격감한 것은, 어려운 이과 공부에 대한 기피심리와 이공계열 기피현상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 삼성전자와 같은 첨단 제조업체이고, 여기서 주로 공학·자연과학 전공자를 채용한다는 사실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통적인 인기전공인 의학계열 뿐만 아니라 수의학 등도 최고 인기전공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나도 문이과 적성이 애매한 학생들에게 이과 진학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내가 과학고에 불합격해 일반고에 진학했다 할지라도, 이과를 선택하는 게 맞았다고 본다. 주된 이유는 이과 전공이 보다 진로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이과 전공을 하면서 문과적 소양이나 기능을 익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과 전공을 하면서 이과적 소양이나 기능을 익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경영학을 부전공하는 공대생은 많이 봤어도, 그 역은 눈을 씻고봐도 없다. 심지어 앞으로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법률전문가가 되는 자연대생·공대생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국경의 한계에 갇히기 쉬운 문과 전공과 달리, 자연과학이나 공학은 글로벌 시대에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보다 보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 본사에 취업한 한국인들이 주로 경영전문가가 아닌 엔지니어인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와이즈멘토 이사, 곰TV 과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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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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