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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대입학원 재수생半 반수생半

설경. 2007. 9. 3. 00:49


2008학년도 대입수능시험을 100일 앞둔 7일 서울 노량진 대성학원 반수종합반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서성일기자
7일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이모양(19). 유수의 사립대 법대 1학년인 이양은 스스로 “나는 반수생”이라고 말했다. 기말고사를 마친 지난 6월. 친구들이 배낭여행이나 아르바이트 등 방학계획을 짤 때 이양은 노량진으로 향했다. 대입 종합반에 등록했다. ‘반수생(半修生)’이 된 것이다.

이양이 반수를 택한 이유는 단 하나. ‘서울대 프리미엄’이 필요해서다. “로스쿨로 바뀌면 굳이 사립대 법대에 다닐 필요가 없어요. ‘서울대’ 이름이 중요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학벌을 무시 못하잖아요.” “같은 학과 친구들도 이미 20여명은 반수를 시작했다”는 이양은 “혹시 실패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재수생보다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 1학년 1학기까지 마친 뒤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반수생이 늘어나고 있다. 반수생은 대학입시 공부를 하는 대학생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재수를 하지만 온전한 의미의 재수생과는 다르다는 측면에서 이름지어졌다. 반수생 증가현상은 올해 초 주요 사립대들이 발표한 ‘수능 위주’ 전형이 부추겼다. 내신이 불리하더라도 수능을 잘 보면 ‘좀더 좋은 대학’에 다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탕주의’와 무관치 않다.

모 사립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생인 김모군(19)도 ‘학력 사다리타기’를 꿈꾸고 있다. 명문대 진학을 원했던 그는 재수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시도조차 못했다. 그런데 지난 6월 2008년 입시전형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수를 결심했다. 다음 주에 휴학계를 낼 계획이라는 김군은 “대입이 수능 위주로 이뤄진다는데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라며 “소위 말하는 SKY 대학 사회과학계열 목표로 다시 준비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입시학원엔 반수생 관련 상담 문의가 빗발친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의 경우 작년 하루 평균 15~20건이던 반수 상담문의가 올해는 30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일부 학원에서는 ‘반수생’ 증가로 ‘야간 종합반’을 증설하고 있다. 노량진의 ㄷ ‘반수 종합반’은 한반에 60명씩 모두 4개반을 지난 6월, 7월 개강했다.

반수생들은 ‘불량 대학생’이다. 대학들은 신입생 이탈을 막고자 1학기는 무조건 다닌 후 휴학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반수하려는 신입생들로선 억지로 대학을 다녀야 한다. 마음에 없는 대학생활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지방 국립대 한문교육학과 1학년인 최모씨(20·여)는 ‘주2파’다. 입학 때부터 반수를 염두에 둔 최씨는 지난 1학기 18학점 수업을 이틀에 몰아 들었다. 일주일의 나머지 5일은 반수공부를 했다.

학교 가는 이틀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강의로 꽉 찼다. 대학을 고교처럼 다녔다. 학점이 잘 나왔을 리 없었다. 학사경고를 겨우 면했다.

학과 친구들과 굳이 어울리지도 않았다. 곧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행여나 가방 속에 든 수능참고서를 들킬까봐 항상 조마조마했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교과서를 꺼내지 않았다. 최씨는 “남들이 사범대가 좋다고 해서 갔는데 정말 적성에 맞지 않았고 학교가 지방이라는 이유도 싫었다”고 반수를 택한 이유를 말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수능 시험을 준비했다. 지난 5월부터는 저녁에만 수업을 하는 노량진학원가의 ‘야간 반수반’에 다닌다. 이렇게 반수에 들어가는 비용은 강의비만 해도 100여만원이다.

최씨는 “부모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작한데다 공부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다”고 말했다.

〈임지선기자|장지민 대학생인턴기자 vision@kyunghyang.com〉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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