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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같은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고교 동창 나몰라씨와 다알아씨. 술자리에서 자녀들 기말고사 성적 얘기가 나왔다.
“우리 아이가 글쎄, 또 전교 1등을 했다네.”
“그래? 평균 등급은 어느 정도인데?”
“평균 등급? 그게 뭐야?”
“각 과목별 석차 등급을 과목수로 나눈 거지. 우리 애는 전교 10등 하긴 했는데 평균 등급 1등급이라네.”
전교 1등이라는 자랑에도 기죽지 않는 다알아씨에게 놀란 나몰라씨. 집에 돌아가자마자 아들 성적표의 평균 석차등급을 산출해 봤더니 1.2등급이었다. 모든 과목이 1등급인데 수학이 3등급이었다. 왜 전교 1등이 평균 등급은 1등급이 될 수 없는 걸까. 나몰라씨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등급제를 뼈대로 한 2008년 새 입시제도는 공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과목별로 등급을 매기는 새로운 방식은 ‘공부를 잘 한다’는 의미가 바뀌고, 이에 따라 새로운 학습전략을 요구한다. 그러나 여전히 총점과 총점을 기준으로 하는 석차에 익숙한 학부모나 학생들은 등급제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에서 고등학교 각 학년 2명 씩, 모두 6명을 섭외해 등급제 아래에서 학습전략을 놓고 입시 전문가와 상담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등급제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것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짚어 봤다.
◆ 기말고사 평균 98.5점에 전교 1등인 ㄱ양, 평균 96점에 전교 10등인 ㄴ군보다 공부를 ‘못’한다!
바로 등급제 때문이다. ㄱ양은 국어, 영어, 사회를 100점으로 1등급을 받았지만 수학에서 94점으로 2등급을 받았다. 평균등급은 1.25등급. 반면 ㄴ군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를 모두 96점을 받고 1등급을 받았다. 평균등급은 1등급이다. 총점평균으로는 뒤지는 ㄴ군이 등급제에서 ㄱ양을 앞선다.
전교 등수는 요즘 세대의 성적을 해석하는 열쇳말이 아니다. 등급제는 대학이 입시에 반영하는 과목에서 골고루 좋은 등급을 거두는 사람이 승리하는 체제다. 대학은 이제 점수가 아닌 등급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총점이 아닌 개별 과목의 등급을 각각 반영한다. 수능도 마찬가지다. 언어, 외국어, 수리, 탐구 영역에서 균일한 등급을 거두는 게 좋다.
등급을 가르는 것은 점수가 아니라 백분위다. 1등급은 4%, 2등급은 11%, 3등급은 23%에서 나뉜다. 1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1등과 4등이 같은 등급을 받고 12등과 23등이 똑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등생이 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고도 볼 수 있다.
◆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 두 영역 2등급인 ㄷ양, 전 영역 1등급인 ㄹ군 보다 공부 ‘잘’할 수 있다
이 역시 등급제 때문이다. ㄷ양은 언어, 탐구 영역에서 모두 1%안에 드는 1등급이었다. 이른바 ‘완성된’ 1등급이다. 외국어와 수리 영역의 2등급은 4.5%에 가까웠다. 1등급과 불과 0.5%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 1등급으로 언제든지 올릴 수 있는 상태다.
한 과목 처지면 평균 등급 깎여
전교 1등이 1등급 못받는 사례도…
자기위치 살핀 뒤 약점 줄이면
하위권이 ‘더 높이뛰기’ 할수도…
반면 ㄹ군은 전 영역에서 3.5%대로 1등급을 받았다. 0.5%만 떨어져도 전 영역이 2등급으로 떨어진다. ‘불안한’ 1등급의 전형이다. 등급제는 같은 등급이라도 수준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이 몰려 있다. 4%부터 11%까지 약 7%정도 되는 학생들이 몰려 있는 2등급의 경우 4.1%에 속하는 학생과 10.9% 학생의 수준 차이는 상당하다. 당연히 이들의 성적 관리 전략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등급구분선에 가까운 학생들은 약간의 노력이 보태지거나 부족하면 등급이 바뀐다. ㄷ양은 외국어와 수리영역에 시간을 투자해 1등급으로 올렸지만 ㄹ군은 자만한 사이 전과목 모두 2등급으로 주저앉을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각 영역별로 등급이 나뉘는 등급구분선을 확인해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공부 전략을 짜야 한다.
◆ 1학년 수능 모의고사 평균 4등급이던 ㅁ양, 2등급을 자랑하던 ㅂ군을 2년 만에 따라잡다
ㅁ양은 3등급에 가까운 4등급이었다. 성적은 1학년 1학기 24~25%를 맴돌았다. 여름방학에 성적 관리 표를 만들었다. 원점수와 등급, 백분위를 영역별로 정리했다. 조금만 하면 성적이 오를 수 있는 영역이 보였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짜고 계획을 실천했다. 1학년 2학기가 지나자 3등급으로 올라섰다. 이후 방학을 활용해 조금씩 백분위를 높여갔다. 결국 3학년 첫 모의고사에서 2등급으로 올라섰다. 6개월치, 1년치 성적을 모아 그래프도 그려보고 성적의 변동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결과다.
반면 막연히 1등급만을 바라며 공부해 온 ㅂ군은 여전히 1등급에 가까운 2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등급제는 자신의 ‘성적표’에 대한 공부도 요구한다. 성적표를 분석해 위치를 파악하고 성적 향상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누적 성적표를 만들어 성적 변화의 추이를 기록해야 한다. 등급이 낮은 학생일수록 자기 위치를 파악하면 외려 손쉽게 성적을 올릴 수 있다. 그만한 등급의 학생들은 공부의 습관이나 마음가짐만 변해도 성적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 전문가들의 등급관리 제안
◈ 고1, 등급관리 이렇게 하라
■ 경기 ㅎ고등학교(실업계) 1학년 박아무개(16)양
내신 15% 안에 들어야 진학할 수 있는 ‘인기’ 실업계고에 다니는 박양은 내신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교 내부에서도 내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수시전형은 포기하고 수능을 준비해 정시전형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백 실장은 “앞으로 실업계를 5%까지 선발하므로 정시에서도 기회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며 수능에 무게를 둔 입시전략에 동의했다.
1학년은 우선 언어, 외국어, 수리 영역의 기본기를 다져놓는 게 등급관리의 첫걸음이다. 박양은 언어영역이 상위 4.82%로 4.49%에서 나뉜 1등급에 거의 근접해 있다. 수리영역은 13.64%로 11.43%에서 갈린 2등급에 가까운 3등급이다. 외국어영역은 좀 다르다. 4등급 중간에 위치해 있다. 백 실장은 “1학년은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쉽게 올릴 수 있는 영역보다는 가장 낮은 등급을 올리는 게 먼저”라며 여름방학에 외국어영역의 기초를 다질 것을 주문했다. 박양은 각 영역 1등급씩을 올릴 경우 평균 등급 2.7등급으로 실업계 특별전형으로 한양대 이상 진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 충북 ㅅ고등학교 1학년 송아무개(16)양
송양은 “집안 사정으로 서울권에 있는 대학에 갈 수 없을 것 같은데 국사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이다”고 했다. 서울대는 사회탐구 필수과목으로 국사를 지정하고 있으며, 서울 주요 7개 대학도 내년부터 국사를 필수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 실장은 “국사는 대개 1학년 때 배우는데다 분량이 많아 상위권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국사 준비를 하는 게 좋다”며 “송양은 수능 모의고사 등급이 2등급 안쪽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국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송양은 내신 수학이나 모의고사 수리영역에서 고전을 겪고 있었는데, 수학 학습의 토대를 다지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웨이에듀에서 실시한 4월 모의고사에서는 수리 영역 4등급을 받았다. 1학년 때는 난이도에 따라 등급의 변화가 심한데, 기본기가 부족한 탓에 생기는 현상이다. 백 실장은 “3학년이 되면 수능에 두배의 시간을 투자한 재수생과 함께 경쟁하기 때문에 공부 체질이 허약한 학생들의 성적이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양은 “수학을 잡으면 장학금 받고서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지만 국사를 안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상담선생님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의지를 다졌다.
◈ 고 2 등급관리 이렇게 하라
■ 서울 ㄱ고등학교 2학년 김아무개(17)양
김양은 스스로 ‘불성실하다’고 했고, 공부에 흥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성적 공개를 꺼릴만큼 성적에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목표하는 대학과 진로에 대한 계획은 뚜렷했다. 성균관대 국문학과나 서강대 경영학과를 가고 싶어 했다. 하 실장은 “딱 절반을 왔고 절반을 가야 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앞으로 노력에 따라 성적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며 “우선 마음가짐과 습관을 변화시켜 성적 향상의 길을 터야 한다”고 했다. 김양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내신과 수능 모의고사 등급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만큼 엄청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데다 방학 때 학교에서 보충수업도 하지 않기 때문에 김양은 요즘 마음껏 쉬고 놀고 있는 상태다. 늦게 일어나고 텔레비전 보고, 휴대폰으로 친구들과 연락하느라 하루를 그냥 보내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에 공부하는 시간은 3시간 정도였다. 잠자는 7시간을 뺀 17시간을 일주일로 환산하면 119시간. 우선 1/3인 40시간 정도만 공부에 투자할 것을 하 실장은 권했다. 하루 평균 6시간 정도만 공부해도 넉넉하다. 하 실장은 “4등급에 머무르는 학생들은 대개 공부를 눈으로만 한다”며 “배우긴 하나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기주도학습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도 성적 상승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6시간 중 3시간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3시간은 배운 것을 익히는 데 쓰라고 조언했다.
■ 서울 ㄷ고등학교 2학년 김아무개(17)양
김양은 뭐든 ‘못한다’고 말하며 한숨을 자주 내쉬었다. 자신의 성적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지도 않았다. 김양은 내신 평균 2등급을 유지하고 있었고 수능 모의고사에서도 외국어는 항상 1등급을 받아 왔다. 김양은 수시전형으로 한양대 영어영문학과나 부산대 영문학과를 지망한다고 했다. 하 실장은 “실제 성적보다 눈높이가 너무 낮다”며 “이 시기에는 자기 성적보다 조금 높은 대학을 희망해야 공부의 양이나 질이 달라진다”고 했다.
김양은 유독 수학을 어려워 했다. 실제로 수학의 내신성적은 3등급, 수능 모의고사에서도 4등급에 머무른다. 수의대에 다니는 오빠와 비교당한 탓이 큰 것 같았다. 엄마나 오빠가 김양에게 ‘수학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 탓에 스스로의 성적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양의 어머니는 종종 명문대에 진학한 아이들을 언급하면서 그에 못 미치는 김양을 걱정한다고 했다. 하 실장은 “대개의 부모들이 자녀들과 남을 비교하면서 사기를 꺾는 일이 있다”며 “새입시제도는 부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섣불리 자녀의 성적을 비관하면 안된다”고 했다.
4등급인 수리영역도 원점수를 비교해 보면 한 등급 올리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3월 학력평가 수리영역 4등급은 25점, 3등급은 38점이다. 김양이 3문제만 더 맞히면 3등급으로 진입할 수 있고, 이는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 실장은 “10%씩 차이가 나는 등급별 구간 때문에 한 등급 올리는 데 학생들이 공포를 갖고 있지만 원점수를 따져보면 학생들도 금방 감을 잡는다”고 했다. 실수를 줄여서 꾸준히 한 문제씩만 더 맞혀가면 언젠가는 2등급, 1등급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 고3 학생들 등급관리 이렇게 하라
■ 서울 ㅅ고등학교 3학년 이아무개(18)양
우선 이양은 내신 성적이 수능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뚜렷이 좋았다. 수시전형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경우였다. 실제로 그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 실장은 이양이 ‘등급관리’에 실패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을 목표로 했다면 1학년때부터 내신 등급을 관리했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양은 1학년 2학기에 국어 3등급, 수학 3등급, 영어 2등급을 받았다. 3학년 1학기를 포함한 4학기는 모두 1등급이다. 유 실장은 “지역균형선발전형은 1단계 전형에서 내신 성적만으로 1.5배수를 선발하는데 2등급 이하가 있으면 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양이 지원하고 싶어하는 서울교대 수시전형은 현재의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수시전형에 따르는 면접이나 논술 등의 준비가 여름방학 때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다.
만일 수시에서 고배를 마신다면 어떻게 될까. 유 실장은 “이양은 수능으로 가게 되면 수시보다 하향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며 수능 모의고사 등급 관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양은 3월부터 7월까지 외국어영역이 꾸준히 떨어져 3등급까지 받았다. 상위권 대학은 언어, 외국어, 수리영역을 다 반영하는 ‘3+1’방식이므로 어느 한 영역이 3등급으로 떨어지면 불리해진다.
이양은 “겨울방학에 언어영역 공부에 치중하느라 외국어를 게을리 한 것 같다”고 했다. 유 실장은 “고 3 상위권 학생들은 공부에 쏠림현상이 있으면 안된다”며 모든 과목에 시간과 에너지의 안배를 잘 할 것을 권했다. 앞으로 이 양은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외국어는 현상 유지에 신경을 쓰되 불안한 언어영역과 수리영역 1등급을 확고하게 다지는 공부를 하기로 했다.
■ 경기 ㅍ고등학교 3학년 정아무개(18)군
정군은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수시 지원보다 정시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다. 수시에서는 항공대를 생각하며 전공적성검사에 대비한 공부 중이었다. 그러나 그의 성적을 분석해 본 유 실장은“수능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 성적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수시와 정시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항공대는 정군의 내신 성적으로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공적성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한계가 있는 성적이란 말이었다.
유 실장은 우선 정군의 과도한 학업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수시에 그의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대부분 논술없이 학생부와 면접으로만 뽑기 때문에 논술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유 실장은 정군이 정시에 지원 가능한 대학들이 대개 언어, 외국어, 수리 중 2과목과 탐구 과목을 반영하는 2+1방식을 채택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과목을 집중해 공부할 것을 주문했다.
정군이 인문계임을 고려해 외국어 영역을 붙들고 수리영역을 버리기로 했다. 정군은 “전공적성시험에, 논술에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집중해야 할 과목을 놓친 것 같다”고 했다. 유 실장은 “하위권 학생들은 ‘집중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며 “가고자 하는 대학이 반영하는 과목만 선택해 파고드는 효율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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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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