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 사람]칼의 노래 작가 김훈“의견과 사실의 혼동이 사회 단절 부른다”

설경. 2008. 9. 10. 15:26

작가 김훈 광화문문화포럼 아침공론마당 강연

“사회적 담론이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의견을 사실처럼, 사실을 의견처럼 뒤죽박죽 섞어 말하고 있다. 이런 언어는 인간의 소통에 기여하지 않고 단절을 만들어낼 뿐이다. 소통되지 않는 언어가 횡행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단절이 완성된 모습이다.”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이 10일 오전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 주최의 아침공론마당에서 ‘나의 문학과 사회인식’이란 강연을 통해 최근 우리 사회에 대한 현실인식을 언어적 관점에서 풀어놨다.

“요즘 글쓰기가 너무 어렵고 신문이나 저널을 읽기가 고통스럽다”는 김씨는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한, 소통되지 않는 언어를 가지고 무슨 민주주의를 할 수 있겠냐”며 질타했다.

그는 “언어는 기본적으로 허약하며 무너지고 부정되는 게 당연하고 그게 바로 언어의 힘”이라며, 언어가 그렇지 않고 단단해지면 무기가 되는데 바로 우리 시대 언어는 무기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상태에서는 단절만 있을 뿐이며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60세로 건국둥이인 그는 9일 “북한이 조국 건국 60주년을 맞았다는 뉴스를 보고 불가피하게 나의 조국은 지금 어떤 나라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세 살 때 서울-부산 간 피란열차 지붕 위에 매달려간 얘기, 부산 피란시절 미군에게 허쉬 초콜릿을 받아먹었던 비통한 기억들을 끄집어내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또 60년대 대학의 모습은 한마디로 “사회 진출을 할 수 없는 학생을 가둬두는 수용소였다”며, 당시 대학은 청년들의 인문주의적 소망, 간절한 꿈을 채워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굴러다니던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고, 절망의 시대를 절망 자체로 받아들이고 절망으로 통과해가는 이순신의 모습에 새롭게 현실에 대한 눈을 뜨게 됐다고 했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자신의 문장의 기술과 전략은 ‘난중일기’에서 배운 것이라는 비밀도 털어놨다.

오로지 사실 위에 입각한 정확한 언어, 물리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는 문장은 수사가 전혀 없어도 ‘한 칼 휘두르기’와 같다는 것이다.

김씨는 소설 ‘남한산성’은 미완성이라고도 했다.

“만약 내가 종9품이라도 얻어 임금을 따라 그 성에 들어갔을 때 어떤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고 등에 진땀이 난다. 아마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무 말도 안 한 자도 그 내면의 풍경이 있을 텐데 그걸 남한산성에서 그려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남한산성은 미완성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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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소설가 김훈(60) 씨는 "우리 사회의 언어가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라며 "지배적 언론이나 담론이 당파성에 매몰돼 의견을 사실처럼,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고 있어 단절의 장벽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의 제83회 아침공론 마당에 초청돼 '나의 문학과 사회인식'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은 우리 사회의 소통 단절을 지적했다.

그는 "요즘 글 쓰기가 어렵고 신문, 저널 읽기가 고통스럽다"며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지 않는, 인간에 소통에 기여하지 못하는 언어가 횡행하고 있어 단절이 완성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지배적 언론이나 담론들이 당파성에 매몰돼 그것을 정의, 신념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나는 신념이 가득찬 자들보다는 의심에 가득찬 자들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언어는 다른 사람에 의해 부정되고 수정될 수 있는 허약한 것이라는 점에서 힘을 갖는데 우리 시대 언어의 모습은 돌처럼 굳어지고 완강해 무기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견과 사실의 경계가 분명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그는 소설 속에서도 실천하고 있는데 그는 이를 대학시절 처음 읽은 '난중일기' 속 이순신 장군의 언어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가장 놀란 것은 이순신의 지도역량이나 덕성이 아니라 리얼리스트 정신이었다"며 "그는 어떤 당파성도 없이 바다의 사실에만 입각해서 썼다. 무인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아무런 수사학이 없는 문장이었다"고 말했다.

난중일기를 처음 읽은 지 35년이 지나 써내려간 소설 '칼의 노래'도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쓰겠다는 생각에 원래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라고 썼던 첫 문장을 고심 끝에 일말의 주관도 개입돼 있지 않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문장으로 고친 일화도 소개했다.

김씨는 현실을 인식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인 시각을 강조했다.
"현실에 참여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글 쓰는 것 외에 현실에 직접 개입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한 후 "현실 개입 여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현실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당면한 현실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정서적, 이념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사실 위에 정의를 세울 수는 있어도 정의 위에 사실을 세울 도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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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

데 뷔 : 한국일보 기자 (1973년)
약력
1948년 5월 서울 출생
1973년 한국일보 기자(1973-1989)
1987년「문학기행 1부」발표
1994년 시사저널사 사회부 부장,「풍경과 상처」발표
1995년 시사저널사 편집국 국장직대,「빗살무늬 토기의 추억」발표
1996년 시사저널 TV저널 편집국장 직대
1997년 시사저널 편집국장, 편집인 이사
1997년 시사저널 심의위원 이사,「문학기행 1,2부」재간
1998년 국민일보 출판국 국장
1999년 국민일보 편집국 편집위원
1999년 한국일보 편집국 편집위원
2000년 시전문계간지 편집위원, 독립신문 시사저널 편집국장 이사
2001년 장편 소설「칼의 노래」발표
2002년 한겨레신문 편집국 민권사회 2부 기동취재팀 부국장급
2002년 산문집「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기행산문집「자전거 여행」발표
2003년 산문집「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해」발표
2004년 소설「현의 노래」발표
2005년 소설「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발표
2005년 소설「언니의 폐경」발표
수상경력

 

2005년 황순원문학상(언니의 폐경)
2004년 제 28회 이상문학상(화장)
2002년 제 18회 서울언론인클럽 언론상 기획취재상
2001년 동인문학상(칼의 노래)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사람들이지요.

이건 참 위태롭고 어리석은 생각이거든요.

 

 

사실 칼을 잡은 사람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고 얘기를 안 하잖아요.

왜냐하면 사실이 칼이 더 강하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펜 쥔 사람이 현실의 꼭대기에서 야단치고 호령할려고 하는데 이건 안 되죠.

 

 

 

문학은 뭐 초월적 존재로 인간을 구원한다,

이런 어리석은 언동을 하면 안 되죠.

문학이 현실 속에서의 자리가 어딘지를 알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자기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거죠"

 

- 소설가 김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