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의 시사터치]
문근영씨에 대한 모 군사평론가의 독설이 화제가 되었다. 아무리 개인의 표현 자유를 인정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 도가 넘었음은 분명한 일인데, 정작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인터넷상의 반응이다.
대개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망언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이 말에 대해 틀린 말이 아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 정도의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릴 만큼 우리사회의 분열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단순히 민주사회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나, 할 일 없는 키보드 워리어들의 일상적인 악플놀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서도 안 되는 무거운 함의를 담고 있다.
우선 이 논쟁은 문근영이라는 한 여배우에 대한 질시나 통상적 안티팬들의 소행이 아니다. 잘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이념논쟁이 숨어있는 것이다.
특히 배우 문근영씨의 외할아버지가 빨치산 활동으로 법에 의해 구금되고, 나중에 전향을 한 기록들은 그 당시의 법률에 따라 충분히 대가를 치른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전향 후 통일운동을 했다는 것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불렸을 정도로 우리민족에게는 누구에게나 당면한 공통의 문제라는 점과, '분단'으로 인해 장기간의 영어생활을 해야 했던 한 장기수의 개인사적 입장에서 볼 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 방식이나 목소리가 어느 일방이 생각하는 방식과 다를 수도 있고, 다수와는 견해가 다른 보편적이지 않은 양식을 띠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후 그가 통일운동으로 인해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최소한 현행법의 테두리를 잘 지켰다고 볼 수 있다.
즉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헌법의 울타리 안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과 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보면 그것은 의견이 충돌하는 당사자들끼리 논쟁을 벌일 일이지, 그것이 법의 한계를 넘어 연좌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파시즘적 발상에 불과하다.
설령 백발을 양보해서 그 논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생산적이고 필요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논지가 광주항쟁에 참여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혹은 호남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희석시키려고 한다는 음모론 등에까지 확장되어 있었다면, 정작 우리사회에서 도태되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는 자명해진다.
대한민국은 엄연히 하나의 울타리로 만들어진 단일민족 국가이고, 영남과 호남은 단지 산맥을 두고 이편과 저편에 나뉘어 살아온 행정구역상의 분류이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맞닥트리고 있는 지역주의의 망령은 정치권이나 이념과 정파에 빠진 논쟁자들이 망국적 지역감정을 조장한 결과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미 국가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광주 항쟁이나, 호남이라는 특정지역을 거론해가며 우리사회를 이념과 정파, 지역으로 분열시키려 든다면, 지금과 같은 난국에서 대한민국호가 정녕 어디로 갈 것인지를 다 같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저자 박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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