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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감세보다 100만개 일자리를(홍헌호 2008.11.20)

설경. 2008. 11. 20. 17:29

[내일신문]

감세보다 100만개 일자리를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국토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투자를 5조원 확대하면 신규 일자리를 5만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뜻 듣기에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러나 그들은 5조원이 다른 용도로 쓰였을 경우 그것이 어느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5조원이 건설투자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였을 경우 고용창출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은행이 2007년에 발표한 2003년도 우리나라 산업연관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5조원의 소비가 5조원의 도소매업 매출을 유발한 경우 도소매업 일자리 17만5000개가 창출되고, 5조원의 음식·숙박업의 매출을 유발할 경우에는 13만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한다.

국토부는 건설투자의 고용창출효과를 부각시키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토목건설업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전산업 중에서 제조업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말대로 곡괭이로 토목공사하던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난 것이다.

덴마크의 ‘직장순환’ 제도에서 배우자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싶다면 ‘일자리 나누기’와 ‘생산성 높이기’라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998년 LG경제연구원은 ‘실업률을 반으로 줄인 유럽 3국’이라는 보고서에서 덴마크의 일자리 나누기 성공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자못 흥미롭다.

“덴마크의 실업률은 97년 평균 5.3%로 룩셈부르크에 이어 EU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은 199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직장순환’ 제도를 통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근로자의 10%에 해당하는 인력을 사용자 또는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이로 인해 결석이 된 자리에 장기실업자를 배치하는 제도이다.”

물론 전체 근로자를 10년에 1년씩 휴직하게 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양질의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직장순환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덴마크의 사례는 ‘고용없는 성장’시대에 일자리나누기 없이 무작정 일자리 창출만을 공허하게 외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안겨줄 것이다.

정부에게 권고한다. 부유층만을 위해 매년 20조원을 감면해 주는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고 20조원을 재정으로 확충하여 평균연봉 2000만원에 해당하는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라. 덴마크처럼 이들을 최고 수준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역군으로 양성시켜라.

그렇다면 20조원을 투입하여 100만명에게 어떤 일자리를 줄 것인가. 그 프로그램은 정부의 각 부처들이 협의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1인당 평균 연간 보조금 2000만원을 부여하되 1500만원은 생계비로 500만원은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는 교육비로 지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1주일 중 3일은 각 지역 대학 등에 개설된 교육장에 가서 양질의 직업교육을 받게 하고 나머지 2일은 복지분야 서비스일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북유럽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수준의 양질의 직업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실현되어야 한다. 90년대 핀란드처럼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라 현장실무경험이 뛰어난 산업계 실무 베테랑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별도의 교수 선발기준 등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 생산성 높아지면 임금도 높아질 것

이런 ‘산업계 실무 베테랑들의 양질의 직업교육’은 당연한 결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대폭 높여 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도 높아지고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현상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정책은 우리 경제에 악순환의 계기만을 주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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