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원,국제중

국제중 ‘편법 영어면접’ 본다…기존방침 무력화

설경. 2008. 11. 24. 17:40

ㆍ사교육업체 영어면접 프로그램 등 발빠른 대응

국제중 입시에서 영어능력 평가를 제외키로 한 서울 대원·영훈중에서 사실상 영어면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중 관계자와 문답을 나눴다.

-일반전형에 지원하려는 학부모입니다. 영어로 대답해도 되나요. 감점은 없나요.

“감점은 없습니다. 다만 면접 시작 전에 영어로 답변하겠다고 밝히시면 됩니다.”

-그럼 면접관이 영어로 다시 질문하나요.”

“면접관이 영어로 질문하지는 않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영훈중 입학상담자와 전화통화 내용)

-특별전형 지원 학생이 영어로 대답해도 되나요.

“영어로 대답하는 것을 막지는 않습니다.”

-면접관은 한국 선생님인가요.

“특별전형 면접관은 영어권 원어민 선생님이 참여하고, 일반전형은 한국인 교사가 합니다.” (지난 19일 대원중 입학상담회 상담 내용)

두 학교는 2단계 개별면접에서 면접관이 영어로 묻지는 않지만 지원자가 영어로 답변할 경우 막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편법으로 사실상 ‘영어 면접’을 실시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과 두 학교는 국제중 설립을 확정지으면서 사교육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어 능력은 공인인증시험이나 면접에서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신 영어 성적은 ‘교육청 주관 영어캠프’ ‘교내 방과후학교 영어교과 참가시간’ 등을 기준으로만 산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입학상담 등에서는 지원학생들이 영어실력을 표현할 길이 얼마든지 있고, 기왕이면 이런 학생을 뽑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사교육 업체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제중 대비 학원들은 영어면접 준비 프로그램을 커리큘럼에 속속 포함시키고 있다. 대학입시처럼 국제중에 대한 입학 가능성을 테스트를 해주는 곳도 생겨났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초등교 6학년 아들의 대원중 지원을 고려하고 있는 학부모 김모씨(42)는 “국제중이라 영어를 잘하는 학생을 원하는 학교 입장은 이해하지만 원래 약속과는 다른 것 아니냐”며 “학교 공부만 착실히 해왔는데 조기유학을 안 보낸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초등학교 4~5학년의 경우 국제중 입학을 위해서는 방학 때 영어캠프를 다녀오는 게 필수라는 얘기도 학부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한 학부모는 “영어로 답변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 정도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린다”며 “입시설명회를 다녀온 뒤 더 답답해졌다”고 말했다.

<임지선기자>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