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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시험 정기고사? 철저한 자율시험… 감독관이 없어요

설경. 2008. 12. 5. 14:57


[중앙일보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민사고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은 일반 고등학교와 어떻게 다를까? 대학처럼 퀴즈도 본다는데…. 박극렬(172학년) 학생이 민사고 시험의 특징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박극렬군은“프레젠테이션이나 토론 등도 시험이나 퀴즈 못지않게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민사고 학생도 시험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여느 고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가 치르는 시험은 일반 고등학생들 시험과 큰 차이가 있다.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민사고의 시험은 크게 '퀴즈'와 '정기고사' 두 가지로 구분된다. 퀴즈는 실시 및 성적 반영 여부를 모두 선생님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일종의 쪽지시험이고, 정기고사는 한 학기에 두 번(중간·기말), 특정 기간에 걸쳐 모든 과목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정식 시험이다.

민사고 학생에게 퀴즈는 곧 일상이다. 오늘 퀴즈가 있는지 없는지보다는 퀴즈가 몇 개 있는지 따지는 경우가 더 잦을 정도로 많다. 하루에 치르는 퀴즈의 수효는 아침 식사를 거르느냐 마느냐 혹은 전날 밤에 충분히 자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정도로 생활 전반을 좌지우지한다. 영어 단어 퀴즈·한문 고사성어 퀴즈·AP Calculus (미적분학) 퀴즈·AP English Language (영어학) 퀴즈· AP US History (미국사) 퀴즈·AP Physics C (물리) 퀴즈· AP Biology(생물) 퀴즈 등 종류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러나 같은 '퀴즈'라도 형식이나 반영 비율이 천차만별이라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정기고사와 맞먹는 반영 비율을 자랑하는 물리 퀴즈 같은 경우 학생들이 며칠 밤을 새우며 열심히 공부한다. 그러나 한문 고사성어처럼 내용 점검 차원에서 매주 실시되는 퀴즈는 당일 아침에 벼락치기를 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퀴즈에 치여 산다”고 투덜대지만 막상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퀴즈 덕분에 평상시에 자연스럽게 복습을 할 수 있어 정말 고맙다”고 말한다. 퀴즈가 아무리 학생들의 생활습관을 좌우한다고 해도 중압감으로 따지면 정기고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두 번의 정기고사 반영 비율을 합치면 보통 전체 성적의 40%에서 많게는 90%까지 차지한다. 학생들이 정기고사 기간에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오전 2시를 기해 이루어지는 전체 소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충전식 램프를 이용해 계속 책상에 앉아 책에 밑줄을 긋는 친구들, 소등대상에서 제외되는 복도나 화장실에서 교과서를 들고 서있는 친구들의 모습은 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를 짐작게 한다. 민사고의 정기고사는 자율시험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으로서 장차 이 나라와 세계의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하여 참되고 바른 마음과 몸가짐으로 자율시험에 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모든 시험지 상단에는 위 선서문이 적혀 있다. 시험은 스스로의 감독아래 치른다. 선생님은 시험지 배부와 회수를 위해서만 잠시 들어올 뿐이다.

또 다른 특징은 국어·국사·제 2외국어·예체능 과목을 제외한 모든 시험문제가 영어로 출제된다는 것. 수업교재가 모두 영어로 돼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객관식보다는 주관식 위주로 출제되며 특히 서술형 문제가 항상 포함되는 점도 민사고 시험의 특징이다.

그러면 이번 중간고사에 출제됐던 AP World History (세계사) 과목문제를 같이 풀어보자.서술형 첫 번째 문제인데 “Discusshow Roman rule affected one of the following areas: a) Gaul b)Carthago c) Macedonia” (갈리아, 카르타고, 마케도니아 중 하나를 골라 로마의 지배가 그 지역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하시오.)라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점은 세계사 수업 시간에 로마가 갈리아 지방(혹은 다른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직접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갈리아 지방은 원래 하나로 통합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나 그 지역에 애니미즘이 널리 퍼져있었다는 사실 정도만 간단히 언급했을 뿐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에 정답은 없다. 더 나은 답안이 있을 뿐이다. 'Pax Romana'(로마에 의한 평화) 혹은 지배 계층의 라틴어 사용, 그리고 기독교 전파 등의 키워드를 잘 엮어 답을 적는 것, 즉 역사적 사실을 엮어 답을 추론하는 것은 순전히 학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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