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시 지원 전략을 짜는 첫단추는 수능 성적을 분석하는 일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네 영역 가운데 제일 잘한 영역과 제일 못한 영역을 골라내면 된다. 다음 차례는 내가 제일 잘한 영역을 크게 반영하거나 못한 영역을 작게 반영하는 대학을 찾는 일이다. 배치표를 통해 지원가능한 대학 서너 곳을 정한 뒤에 그 대학의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을 따지면 된다. 중위권, 중상위권, 상위권의 전형적인 성적표를 놓고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맞춰 유불리를 따져 보는 일을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의 도움으로 시도해 봤다. 기사에 나오는 환산백분위 점수는 대학별 수능시험 영역별 반영 비율에다 수험생 개인의 영역별 백분위를 곱해서 나온 점수다. 수험생의 영역별 백분위에 대학의 영역별 반영 비율을 곱하면 된다. (보기. 언어영역의 백분위가 85일 때, 언어영역을 20% 반영하는 대학의 환산백분위 점수 계산은 85*0.2=17. 나머지 영역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모두 더하면 된다.)
등급제보다 점수제가 유리
경제·경영계열 피하는 게 좋아
나형은 수리 영역 성적이 낮은 상위권이다. 등급제보다 점수제가 유리한 성적이다. 나형 성적으로 갈 수 있는 중상위권 대학은 2+1로 반영하는 곳이 없으므로 3+1로 반영하면서 수리 영역 반영 비율이 낮은 곳을 찾아야 한다. 경제나 경영계열은 대개 수리 영역 반영 비율을 높게 두는 일이 많으므로 생각 밖에 두는 게 좋다.
나형의 환산 백분위 점수는 93.6점이다. 가군의 고려대는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을 28.6%로 동일하게 반영하므로 나형 성적에는 크게 유리할 게 없다. 환산백분위 점수로는 보건계열이나 식품자원경제학과 등에 지원할 수 있다고 유성룡 실장은 말했다.
성균관대의 전형방법은 언어 20%+수리 30%+외국어 30%+탐구 20%로 수리 영역 반영 비율이 높아 불리하다. 대신 수능 60%+학생부 40%로 뽑는 가군에 지원해 수능에서 부족한 점수를 학생부 성적으로 메울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 수능 100%로 뽑는 나군에 지원하는 것보다 낫다. 단, 학생부 성적이 수능 성적보다 월등해야 한다. 학생부 등급 평균이 1.2등급 정도되면 수리 영역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유성룡 실장은 “학생부 평균 성적이 수능 평균 성적보다 더 좋을 때는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는 쪽으로 지원하는 게 좋다”며 “학생부를 반영하는 형식반영률이 40%라면 실질반영률은 4~5% 정도 되므로 수리 영역에서 모자란 몇 점 정도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학생부 성적이 수능 성적에 견줘 좋지 않을 때는 같은 대학이라도 수능 100% 전형이 있는 쪽으로 지원하는 게 좋다.
나군에서는 서강대가 모집인원의 50%를 수능 70%+학생부 30%로 뽑으므로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 서강대는 모집인원의 50%를 수능으로 뽑는다. 수능 반영방법은 언어 25%+수리 27.5%+외국어 30%+탐구 17.5%으로 반영하므로 가형에는 좋지 않다.
가형에 가장 좋은 전형방법을 실시하는 곳은 한국외대다. 실제로 한국외대의 전형식으로 계산했을 때 가형의 환산백분위 점수는 94.2점으로 성균관대의 93.1점, 서강대 93.4점 보다 높다. 언어 27.5%+수리 22.5%+외국어 37.5%+탐구 12.5%로 반영하며 비슷한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 가운데는 수리 영역의 반영 비율이 낮은 편이다. 언어 30%+수리 20%+외국어 30%+탐구 20% 반영하는 한양대도 좋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표준점수보다 백분위 활용을
서울대 지원 2단계 준비 관건
다형은 서울대를 지원할 수 있는 성적이다. 서울대는 1단계 수능으로 2배수를 뽑은 뒤 2단계부터는 학생부를 전형요소로 활용하므로 학생부 성적까지 고려해야 한다.
다형의 수리 영역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견줘 보면 표준점수보다 백분위를 활용하는 게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다형은 수리 영역에서 표준점수 136점으로 백분위 97을 얻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리 가형 백분위ㆍ표준편차 도수분포’를 보면 표준점수 138, 137, 136 모두가 백분위 97을 얻었다. 즉, 수리 영역은 같은 백분위를 얻은 학생들 가운데 점수가 제일 낮다. 서울대는 탐구영역을 뺀 언어, 외국어, 수리 영역을 표준점수로 반영하므로 다형 성적은 조금 불리할 수 있다.
다형 성적의 환산백분위는 95.3이다. 이 성적으로 상담을 의뢰한 학생이 희망한 서울대 화공생명공학과의 합격선은 95.6이므로 1단계 수능 2배수 선발에 드는 게 힘들 수 있다는 게 유성룡 실장의 판단이다. 하지만 그는 서울대 지원을 할 때는 학생부 50%+논술 30%+구술면접 20%로 뽑는 2단계를 위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유성룡 실장은 “학생부 평균 등급이 1.4등급이면 2단계를 통과하기에 그리 좋은 성적이 아니다”며 “논술과 구술면접에 대한 대단한 자신감을 갖지 않으면 1단계를 통과하더라도 최종합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성룡 실장은 재료공학과나 농생명공학계열 정도로 낮춰 쓴다고 해도 2단계 통과 여부는 논술과 구술면접이 결정하므로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형 성적으로는 연세대나 고려대의 화공생명공학과는 무난히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고려대보다는 연세대의 전형방법이 다형 성적에는 유리하다. 연세대는 언어 20%+수리 30% +외국어 20%+탐구 30%로 언어 영역 반영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언어 28.6+수리 28.6+외국어 28.6 +탐구 14.2로 언어 영역을 크게 반영하는 편이다.
나군에서는 단국대 치의예과도 다형 성적에 유리한 전형방법을 활용한다. 언어 10%+수리 35%+외국어 35%+탐구 20%이다. 유성룡 실장은 “단국대 치의예과는 단순합계점수로는 합격이 불가능하게 보이지만 영역별 반영비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유리한 사례”라고 말했다. 반면 다군의 원광대 치의예과는 네 영역을 25%로 고루 반영하므로 단순합계점수로는 지원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합격은 불안하다는 판단이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수리 비율 낮은 대학 찾아야
동국대·건국대 기대해볼만
가형은 수리 영역 성적이 낮은 전형적인 인문계열 중위권 성적이다. 수리 영역의 반영비율이 낮고 대신 언어와 외국어 영역을 크게 반영하는 대학을 찾아야 한다. 수리 영역을 반영하지 않는 이른바 ‘2+1’(언어, 외국어, 수리영역 가운데 두 영역을 선택하고 탐구 영역 반영) 반영 대학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형의 성적을 환산 백분위 점수로 계산하면 수리 영역을 포함한 ‘3+1’로는 83.5이지만 수리 영역을 뺀 ‘2+1’로는 87이기 때문이다. 유성룡 실장은 “이런 성적은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성적인데 2+1을 적용하는 대학에는 안정적으로 합격할 수 있고 3+1로 반영하는 대학에는 중하위권 학과로 상향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형 성적으로 의뢰한 학생이 희망하는 경희대는 지원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형방법은 언어 30%+수리 25%+외국어 30%+탐구 15%로 수리 반영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중하위권 학과라도 환산백분위 점수 85점 정도는 되어야 합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국대는 언어 30%+외국어 35%+수리 20%+탐구 15%로 반영하기 때문에 외국어 영역 성적이 가장 좋은 가형 성적에는 경희대보다 유리하다. 유성룡 실장은 교육학과나 철학윤리문화학부 정도에 상향지원하면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동국대와 같은 반영 비율을 적용하는 건국대 역시 가형 성적을 지닌 학생이 합격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건국대를 지원할 때는 나군보다 다군에 지원하는 게 나을 수 있다.
3+1로 뽑는 곳 가운데 수리 영역 반영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숭실대다. 숭실대는 언어 32%+수리 10%+외국어 38%+사탐 20%로 반영한다. 숭실대에서 가형의 백분위 환산 점수는 숭실대에서 83.5에서 85.76으로 뛴다. 가장 유리한 전형 방법이다.
‘2+1’로 반영하는 가톨릭대, 경기대, 경원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등은 무난히 합격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성신여대는 언어 40%+외국어 40%+탐구 20%를 반영하므로 좋은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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