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당 시험에 대해 잘 알고, 해당 시험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그에 합당한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시험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따라서 그 시험에서 요구하는 능력, 수험자가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능력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전에 시행된 바로 그 시험, 즉 기출문제이다.
●기출문제는 수능 학습의 시작이자 끝
기출문제라고 해서 무조건 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공부의 목적에 맞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기출문제도 전략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어려운 내용, 당락을 가를만한 급소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시간 배분 역시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영역별 배분도 그렇고 시기별 배분도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번 푼 기출문제는 반복 풀이를 통해 반드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확인된 핵심은 더 강하게 각인돼야 하고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발견된 자신의 약점은 계속 보강돼야 하기 때문이다. 수능 준비의 최종 점검 역시 기출문제를 통해 가능하다. 자기 실력의 향상 정도는 수능 전에 치르게 되는 두 번의 모의 수능을 통해 점검할 수 있다. 모의 수능은 평가원에서 당해 연도의 수능을 모의로 시행해 보는 시험으로, 실제 수능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실제 성적을 예견하는 일종의 미래 기출인 셈이다.
●기출문제, 전략적으로 골라 풀어야
이미 많은 학생들이 기출문제 풀이를 수능 대비의 필수 코스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학습법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출문제를 '모두 다' 푸는 것을 목표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수능의 역사는 이미 16년이나 된다. 수능 기출문제만 해도 그 수가 이미 상당하고 해마다 시행되는 평가원의 모의 수능이나 교육청의 학력평가 등까지 포함하면 기출문제라 불릴 수 있는 문제의 수는 엄청나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기출문제를 '무조건 다' 푸는 것은 그야말로 기출문제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양새다. 크고 두꺼운 기출문제집을 사놓고 마치 전투를 치를 전사들처럼 투지를 불사른다. 다 풀고 말리라. 그러나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고3 수험생의 목적은 기출문제를 모두 다 푸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능을 잘 보는 것이고, 기출문제 풀이는 단지 그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단은 목적 달성에 기여할 때만이 의미가 있다. 기출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푼 기출문제가 실제 시험을 잘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후자가 만족되지 않는 기출문제 풀이는 의미가 없다.
이처럼 수단이 목적이 되는 학습법이란 어리석기 짝이 없지만 실제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이런 학습법을 답습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양치기'라고 불리는 무분별한 문제 풀이의 악습이 기출문제 풀이에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이 학습법의 성과는 놀랍도록 미미하다. 대부분이 가시적인 성적 향상의 효과를 얻지 못하고, 많은 경우는 그 지난한 과정에 지쳐 중도 포기하게 된다.
기출문제 풀이는 영리하게, 목적에 부합하게 활용돼야 한다. 무분별한 도전 정신과 끈기, 반성 없는 부단한 노력은 어리석음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기출문제도 의미있는 것만 골라 전략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최근 5개년 이내의 기출문제만으로 충분
기출문제 선택의 기본 전제는 최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출문제는 반드시 풀어 봐야 하지만 '무작정', '많이' 풀기만 하는 것은 시간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동안 수능의 형식이나 내용은 많이 바뀌었다. 1994 수능과 2009 수능만 비교해 봐도 문제 유형의 차이는 확연하다. 이런 마당에 2010 수능을 대비하면서 1994 수능부터 푸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기출문제도 진화·발전한다. 과장하자면 원시 시대의 문제로 최첨단을 대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출문제 풀이가 필수 코스라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으면서 그 코스를 마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수능의 경향과 일치하고, 질리지도 않을 적절한 양이며 또한 동시에 충분히 학습적 효과를 낳을 수 있는 정도는 대략 최근 5개년 이내의 기출문제이다. 최근 5개년이라고 해서 2005 수능부터 2009 수능까지 단지 5회의 수능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에서는 매년 수능 이전에 수능과 동일한 형식의 모의 수능을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청 등에서도 수시로 수능 형식의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모두는 수능과 거의 동일한 시스템에서 출제된 것으로 넓은 의미의 기출문제에 속한다. 이 문제들도 당연히 기출문제에 포함시켜야 한다. 결국 최근 5개년이라고 해도 그 양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연도별로 풀지 말고 유형별/테마별로 풀어야
그렇다면 최신 기출문제를 모아 놓고 연도별로 쭉쭉 풀어 보면 되는 것일까? 1차적으로 최신을 골랐다면 이제 각자의 수준과 필요에 따라 분류·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핵심 기준은 유형, 테마, 수준이다.
기출문제를 푸는 목적은 수능 문제의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유형별로 풀어야 한다. 연도별로 풀어 보고 유형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언어영역을 예로 들면 현대시, 고전 문학, 비문학 독해, 어휘/어법 등으로 나눠 풀어 봐야 한다. 그래야 현대시에서는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는지, 어떤 경향의 작품이 선정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이 어떤 유형에 약한지도 쉽게 알 수 있다. 약한 유형이 파악됐다면 당연히 이를 보강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고, 이 약점이 보강된다면 현대시 기출문제 풀이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는 셈이다.
연도별로 풀어서는 이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 반면 현대시만 골라 풀게 되면 반복되는 핵심 유형이 보다 쉽게 파악되고 자주 틀리는 약점 역시 쉽게 파악될 수 있다.
●어려운 테마, 약점 유형에 집중
유형별로 선별해서 풀면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점은 평소 가볍게 해결하던 문제 유형까지 푸는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출문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유형, 모든 테마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시 언어영역을 예로 들면 고전 문학과 현대 소설은 결코 동일한 난도가 아니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현대 소설은 별 무리 없이 풀고 있는 반면 고전 문학은 최상위권조차도 때때로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렇게 동일한 난도가 아닌 것들을 동일한 공력을 들여 공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대답은 자명하다. 대부분이 쉽게 느껴서 공부하든 안 하든 거의 맞게 되는 현대 소설보다는 대부분이 어렵게 느껴서 조금만 더 공부해도 확실히 앞설 수 있는 고전 문학에 더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개인적인 난이도 차이는 존재한다. 모든 수험생은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고 약점도 다르다. 넉넉지 않은 수능 준비 기간을 지혜롭게 활용하기 위해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선택의 기준은 명확하다. 자신이 약한 곳에 집중하고, 당락을 가를 곳에 집중해야 한다.
●내 수준에 맞는 맞춤형 기출도 있다.
예비고3이라 하더라도 모든 수험생의 수준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상위 1%와 보통 학생이 같은 학습법으로 준비하는 것은 어리석다. 냉정하게 자기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 남들이 푼다고 무턱대고 자기도 풀어서는 안 된다. 수리영역을 예로 들면 수학 실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수능 기출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 같은 기출문제라 하더라도 수준에 따라 선택해 풀 수 있다. 수학 실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면 기본 개념에 근거한 문제를 중심으로 구성한 2점·3점 기출문제로 실력을 다진 후, 4점 기출문제를 풀어 보는 것이 좋다.
반면 수학 실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사람이라면 4점 문제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4점 문제 하나가 사실상 당락을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4점 문제는 통합적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특히 많아 집중적으로 학습하면서 4점 문제를 구성하는 패턴을 익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가 상당히 부족한 사람이라면 고2용 평가원·교육청 기출문제만으로 구성된 기출문제집으로 워밍업하는 것도 좋다. 어쨌든 실력을 쌓아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목표다. 수준에 맞는 기출문제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간에 가볍게 끝내되, 반복은 필수
공부는 꾸준히 해야 하지만 또한 성취감도 있어야 한다. 기출문제도 단기간에 풀 수 있어야 한다. 매일매일 꾸준히 푸는 것이 좋다고 권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서나 단어장 같은 암기용 학습에나 적합한 학습법이다. 기출문제는 암기하기 위해서 혹은 기본 실력을 쌓기 위해서 푸는 것이 아니라 유형을 파악하고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푸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중해서 풀고 명쾌하게 확인하는 전략, 그러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능 학습은 어찌 보면 장기전이다. 장기전을 버티는 힘은 꾸준함도 있지만 작은 성취감과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성적 향상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어영역의 문제는 매우 유형화돼 있다. 매일매일 꾸준히 풀든 단기간에 집중해서 풀든 유형 파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단기간에 집중해서 풀면서 유형을 파악하고 자기 약점 또한 빨리 확인해서 보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유형별로 최신 기출문제를 풀면서 자기 실력을 진단하고 약점을 체크한 다음 반복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기출문제 풀이에서도 반복은 필수이다.
[김은영 블랙박스 개발팀 수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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