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철거민들의 불법 점거나 폭력 시위 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명백히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에 일어났다고 본다.
철거민이나 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그 부족한 지위를 메우는 시위 수단으로 농성 점거를 해 온 것이 하루이틀, 한 두 번이었는가. 법질서 확립을 위해 경찰이 진압 또는 해산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 시기와 방법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이 있었고, 있어야 한다.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을 점거해 농성한 지 하루 만에 '무장공비나 빨치산 잔당을 토벌하듯이' 작전을 감행한 것은 너무나 상식 밖이다.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의 지나친 의욕과 잘못된 충성심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김 서울청장은 승진이 내정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지난해 촛불시위를 잠재웠던 능력을 부각시키며 "폭력시위에 대한 대처는 법과 원칙에 따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참사는 그로부터 불과 20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는 정부의 '전투적 대응 방침'에 그가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과 서울 도심 재개발, 이명박 정부 2기를 시작하는 전환기 등을 감안할 때 사건의 파장을 결코 소홀히 여겨선 안 된다. 사태수습은 과잉진압의 책임을 신속하고 엄정히 묻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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