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만도 하다. 영화 속 군상들의 언행은 마치 보통 사람의 일상을 캠코더로 찍어 올린 듯 리얼하다. 자기도 모를 이유로 오해 받고 괴로워한다. 자기도 잘 모르면서 '똥폼'을 잡는다. 최악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삶에 함부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게다가 그 판단의 잣대란 게 얄팍한 경험과 지식에 기초한 통념 내지 편견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 놓곤 “똑바로 살라”고 꾸짖기까지 한다. 영화 말미, 주인공 구경남(김태우)이 좀체 뜻대로 안 되는 여자 고순(고현정)에게 한 소리 한다. “그렇게 살지 말아요. 나중에 외로워져요.” 고순이 산뜻하게 받아친다.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그러고 보면 이 영화의 메시지는 오만에 대한 경계일지 모른다. 단테는 『신곡』에서 오만을 모든 죄의 어머니, 곧 '용서받지 못할 죄(unpardonable sin)'로 규정했다.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씨』에도 같은 표현이 나온다. 소설 속 가장 큰 죄인은 불륜을 저지른 헤스더와 딤즈데일 목사가 아니다. 신분을 숨기고 7년이나 목사와 함께 살며 그의 영혼을 서서히 말려 죽인 남편 칠링워스다. 복수심에 불타 신과 도덕의 이름으로 '인간 마음의 신성함(sanctity of human heart)'을 냉혹하게 짓밟았기 때문이다. 오만한 인간은 사랑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한다. 복수를 완성한 칠링워스가 외려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는 연유다.
웹 서핑을 하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온갖 악플(악성 댓글)에 노출된다. 오만과 편견으로 뒤범벅된 악플은 똥보다 더럽고 악귀보다 흉측하다. 읽는 사람 마음이 이렇듯 다치는데, 쓰는 사람 영혼인들 온전할 수 있을까. 홍 감독의 2002년 작 '생활의 발견'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자, 우리 사람 되는 거 어렵지만 괴물은 되지 맙시다.”
이나리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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