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학자 165명이 어제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에 대한 법학자의 선언’을 통해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와 사법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법학자들은 “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고, 대법원장의 대응도 미흡해 헌정위기의 상황을 맞고 있다”며 국회가 탄핵소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법부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자 국회에 사법부의 현안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신 대법관 사태의 근인(根因)은 사법부의 관료화에서 찾을 수 있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며 내부든 외부든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가 관료화되면서 인사권을 통해 판사들을 옭아매고, 사법행정이라는 명분을 들어 재판에 관여해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는 사태를 초래했다. 법관이 승진에 목매게 돼 법관이 독립기관이 아니라 상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전락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판사들이 연이어 회의를 연 것은 신 대법관 사태와 같이 법관의 재판에 관여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하는 상황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법원장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지난주 모여 법률에 재판 독립과 사법행정권의 한계에 관한 명문 규정을 두는 등 제도 보완에도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 노력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아직도 신 대법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은 지속되고 있으며, 개혁안도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 내부에서 문제 해결이 지연될수록 사법부를 둘러싼 외풍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신 대법관은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거취를 하루빨리 결정해야 하며, 사법부는 법관의 독립을 담보할 수 있는 사법제도의 근본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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