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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10 항쟁 22주년에 다시 부르는 민주주의

설경. 2009. 6. 11. 11:30
우리는 어제 참담한 심경으로 6·10 항쟁 22주년을 맞았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 민주회복 범국민대회’는 시민 수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고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해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을 결의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등 각계를 망라한 대회 참가자들의 면면이나 광장을 에워싼 경찰 병풍은 군사·독재정권의 폭압·강권정치에 맞서 싸웠던 22년 전 6월의 데자뷰로 다가왔다.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이었다.

이날 서울광장의 모습은 질식할 듯한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웅변했다. 국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언론을 통제하려 드는 공안 정권에 맞서는 저항의 물결이었다. 국정기조 전환, 반민생·반민주 악법 철회, 부자정책 중단·서민 살리기, 남북간 평화 회복 등 이 정권 집권 1년여 만에 위기에 직면한 절차적·내용적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치는 현장이었다. 소통 부재 정권은 이마저 틀어막으려 했지만 광장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행렬을 막지는 못했다.

22년 전 6·10과 오늘의 6·10은 시공을 뛰어넘어 다시 만났다. 6월 항쟁을 이끈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본부)’는 ‘6·10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준비위’로 부활했고, ‘독재 타도, 민주 쟁취’라는 구호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 3일 서울대에서 시작된 교수들의 시국선언 참가자는 4000명에 육박하고 종교계와 법조계, 의료계, 문화계, 청년·대학생들도 속속 동참했다. 한나라당 대표는 거리투쟁을 ‘시대착오’라고 비난했으나 진정으로 시대착오적인 세력은 과연 누구인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몰아넣고, 민생을 파탄지경에 빠뜨리며, 남북관계마저 파국으로 내몬 그들이다.

현실보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눈과 귀를 틀어막은 이 정권에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권력이라는 장벽 뒤에 숨고,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살피고 있다. 60%에 이르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속도를 내고, 미디어법과 집시법 등 반민주 악법을 다시 만지작거리며,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고착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극소수를 위한 부자감세는 서민의 고통으로 넘겨지고, 6·15 선언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다. 정권은 있으나 국정은 표류하는 대혼돈이다.

문제는 역시 이 대통령이다. 그는 6·10 기념사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을 어기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우리가 애써 이룩한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과 분열보다 통합과 단합을 이루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결국 ‘네 탓’이라니 ‘불통(不通) 대통령’의 시국 인식이 안쓰럽다. 혹여 지난해 촛불정국 때처럼 제 풀에 꺾이길 고대한다면, 그것은 분노와 저항만 키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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