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10개의 대학이 입학사정관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작년에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최고 73.7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까지 했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전면적인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다른 대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는 도입된 지 3년째로 49개 대학에서 1만 명 이상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정부는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완전히 넘기는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이 제도를 중심축으로 보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에 대해 정부가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배경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학생 선발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인 입학사정관(Admission Officer)을 채용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성적 이외에 각종 환경, 소질이나 적성, 잠재력 등을 종합적이고 다면적으로 평가한다. 이미 만들어진 인재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한다. 세계화와 다양화의 세상에서 기존의 암기식 중심의 인재는 설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다.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리더십, 그리고 봉사활동을 통한 인성이나 사회성, 대인관계 능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학생부, 수능시험, 대학별고사 등과 같은 점수 위주의 선발은 잠재력 있는 학생을 인재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입학사정관제의 긍정적 효과
정량화된 점수 위주의 입시 제도가 선진국형으로 바뀔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은 점수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아 계발하는 데 힘쓰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활동에 멘토 역할을 하게 된다. 교과수업 이외에 다양한 특별 활동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공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인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게 한다. 대학은 학교 특성이나 설립 취지에 맞는 인재를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된다.
입학관리처는 입학 전에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노력보다 입학 이후 사후 관리를 통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입학사정관은 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내린 평가 내용을 대학에서 선발의 주요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석해줌으로써 대학과 고등학교의 연계를 강화한다. 취약한 고등학교에 대해서는 대학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줌으로써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대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소외 계층이 대학에 입학할 기회를 확대해줌으로써 사회 통합의 역할도 하게 된다.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정착이 되면 3불 정책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게 되고, 입시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 우수 인재 양성과 공교육 강화라는 교육 개혁을 이룰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
첫째, 입학사정관제는 고등학교와 대학 간의 신뢰가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 학생부를 강화하려는 정부 정책으로 고등학교에서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발생했고, 대학은 학생부 성적을 믿지 않아 대학별고사에 치중했던 사례가 있다.
둘째,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불합격한 학생이나 학부모의 이의제기가 넘쳐나 새로운 교육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 학생을 복수의 사정관이 평가하고, 점수 차이가 발생할 때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다단계로 평가하는 과정을 마련하는 등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대학은 선발 학생들의 출신 고교, 계층, 성적 분포 등 각종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셋째, 평가의 효율성이 제고돼야 한다. 서류 평가에서 너무 많은 정보나 자료를 요구하거나, 면접의 유형이 지나치게 다양하면 준비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입시 컨설팅 업체를 찾게 돼 결국은 사교육비가 늘게 된다.
넷째, 대학교가 입학사정의 자료로 각 고등학교의 정보를 취득하고 고교등급제를 위한 자료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특정 지역이나 학교, 계층의 자녀를 선발함으로써 기여입학제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
다섯째,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것이 오히려 전문적인 지식 학습의 열의를 떨어뜨려 학력저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섯째, 다른 전형에 비해 학생의 학습 및 교육 기록에 대한 정보를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개인의 사생활보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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