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독해 필수… 주제만 알아도 절반 성공
쟁점을 빠짐없이 소개하느냐 핵심을 표면적으로 부각하느냐가 관건
신석기 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또한 인류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생산량을 늘리면서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되었다. 사회가 성장하면 풍요로움이 증대된다는 믿음이 깨져 버린 것이다. …후략… -고려대 2008 논술 모의고사 학생 답안
〈사례 1〉은 자의적인 해석으로 글을 시작한 경우다. 당시 제시문에는 신석기 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은 제시문의 '풍요로운 사회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배경 지식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약에서는 이런 배경 지식의 동원은 절대 금물이다. 자의적인 해석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은 서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첫 문장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약과 같은 400∼500자의 짧은 글쓰기에서는 서론이 굳이 필요 없다. 뿐만 아니라 서론이 제시문의 내용에서 벗어난다면 힘들게 써 놓고 감점을 당할 수 있다. 긴 글을 400∼500자 내로 요약하려면 제시문의 내용만 쓰더라도 분량은 넘칠 수밖에 없다. 배경 지식이나 서론과 같은 제시문 외적인 내용을 굳이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제시문 〈가〉는 자연변화방식을 '구두점식 균형'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이 구두점식 균형은 임의의 국면, 성장국면, 조직화된 국면, 그리고 멸종의 국면으로 나눌 수 있다. 제시문 〈가〉는 이 흐름이 반복되면서 자연이 변화한다고 보고 있다. 제시문 〈나〉는 어떤 기술이 그 분야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더 효율적인 기술이 나오더라도 대체되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사회 변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제시문 〈다〉는 사회를 유기체로 보고 분화와 협동을 하면서 사회가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라〉는 회복과 호황, 정점, 쇠퇴한다는 경기변동의 관점에서 사회변화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후략… - 중앙대 2009 논술가이드북 중에서
학교 측에서 부족한 답안이라고 제시한 〈사례 2〉를 보자. 제시문을 자신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제시문의 문장을 중계 어투로 서술했다. 사례에 나오는 문장은 모두 '∼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변화한다고 보고 있다', '∼설명하고 있다', '∼한다고 주장한다', '∼을 이야기하고 있다'와 같이 중계 어투로 끝난다.
또 문제에서는 제시문 〈가〉와 〈나〉, 〈다〉, 〈라〉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라고 요구했음에도, 두 번째 문장을 보면 명사의 나열을 그대로 가져와 단순 요약으로 분량을 채우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제시문 속 명사의 나열은 그대로 옮기지 말고 포괄적인 하나의 핵심어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결국 학교 측에서는 제시문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요지를 간결하게 추출·요약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개요 작성과 독해 작성의 방법을 토대로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술의 유형에 따른 글쓰기를 배워보자. 논술의 유형은 학교에 따라 분류의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일전에 말했던 '사실적 글쓰기'의 유형과 '규범적 글쓰기'의 유형이 있다.
사실적 글쓰기는 말 그대로 제시문에 나와 있는 핵심정보를 정확히 이해해 자신의 표현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이 유형에는 '요약'과 '비교'가 대표적이다. 규범적 글쓰기는 제시문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되, 자신만의 사고와 논리로 분석하고 확장하는 글쓰기를 의미한다. 오늘은 '사실적 글쓰기'의 대표 유형 중 하나인 '요약하기'에 대해 다뤄보도록 한다.
◆요약은 논술의 기본
요약하기는 그 자체로서 문제 유형에 속하지만 어떤 유형이라 하더라도 요약은 기본적으로 따라오는 과정이다. 모든 대입 논술은 제시문에 근거한 논리 전개를 요구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요약하시오'라는 지시문이 없어도 요약은 저절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요약의 법칙은 단순하다. 제시문의 핵심어를 사용하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화된 표현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가 필수적이다. 특히 고려대는 비교적 긴 제시문을 자세하게 요약하는 논제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대 준비생 가운데 글의 요점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이 있다. 독해시 어려운 부분들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자. 눈에 잘 보이는 문장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에 따라 전체 흐름을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게 구성해볼 필요가 있다.
요약 문제는 주제만 파악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그래서 요약에서 중요한 첫 번째는 이해력이다. 핵심어를 뽑아내고 주장의 방향을 파악하면 된다. 그리고 글의 대전제와 중심 소재에 대한 필자의 주장, 근거 등을 위주로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면 된다. 쟁점을 빠짐없이 소개하느냐, 핵심을 표면적으로 부각하느냐가 관건이다. 쟁점과 핵심을 보다 쉽게 찾으려면 제시문의 내용이 사실인지 주장인지 유념하고, 필자의 주장이나 핵심어, 근거에는 동그라미 등으로 표시하며 읽자.
독해가 어려울 때에는 당황하지 말고 제시문 속에 채점자가 배려해 놓은 문장들을 찾아보면 된다. 보통 배려 문장들은 '그래서, 따라서, 그렇기 때문에, 요약하자면, 결론적으로'라는 부분을 동반하거나 '그러나, 반면, 하지만'같은 역접의 접속사를 동반한다. 딱 봤을 때, 가장 쉽게 이해되는 문장들은 체크를 하고, 그것이 무슨 의미일지 해석하면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요약을 하려면 핵심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답안 작성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요약문도 자신의 글이므로 제시문을 그대로 옮겨 적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제시문의 중심 단어를 적절히 활용하여 문장 간 흐름이 자연스럽도록 구조화해야 한다. 제시문에 나타난 요점들을 단순히 병렬할 것이 아니라, 이 요점들을 제시문의 핵심 주제 아래 포괄하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요약 문제의 보통 분량은 두 단락 내지 세 단락 정도다. '핵심 내용을 소개→구체화'하는 순서로 쓰면 된다. 구조는 제시문 내용의 성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데, 제시문이 크게 원인과 결과(인과성)에 초점을 두고 있으면 그것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고, 병렬적으로 현상과 주장을 소개하고 있으면 역시 그 병렬적 구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다. 제시문을 읽어가면서 논의가 새롭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미리 표시해두고 요약문에서 단락의 구분으로 드러내면 좋겠다.
자연스러운 연결도 중요하다. 문장과 문장, 단락과 단락이 하나의 완성된 글로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래야 전체적인 한 편의 글로 안정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 적절한 접속어구를 넣어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나 유념할 점은 중복없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할 때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학생들이 있다. 해당 제시문에서 말하고 있는 논리 흐름과 사고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중복없이 할 말만 써야 한다. 본인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문단별 혹은 문장별 개요로 짜놓고 쓴다면 겹치는 내용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요약의 뼈대를 찾았으면 이제 자신만의 글로 체화해 표현해야 한다. 내용이 비슷한 만큼 결국 요약 문제는 '표현력'이 승부를 가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핵심어와 핵심구를 그대로 옮겨 쓴다면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문장이나 절 자체를 통으로 옮기는 것은 금물이다.
제시문 속에 있는 명사나 명사구의 나열(쉼표의 행진들)도 그대로 옮겨적으면 곤란하다. 본인 해석을 바탕으로 길게 늘어진 명사와 명사구를 포괄하는 하나의 핵심어를 만들자. 제시문 속에 나오는 지엽적인 사례를 옮겨적는 것도 감점 요소다. 다만 제시문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키워드(주제어)라면 작은 따옴표로 묶어 적극 언급해도 좋다.
어투도 중요한데, 핵심내용을 제시할 때에는 중계어투를 버리자. 중계어투란 '제시문은 ∼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혹은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식의 문장을 말한다. 이런 표현 대신 '제시문에 따르면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기 때문이다'로 고치는 게 좋다.
김윤환 논술단기학교 대표강사 대치 아토즈논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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